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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소라가 사라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마구잡이 밀식으로 연안먹이 바닥>
바다의 감귤로 각광받아온 제주 산 소라가 제주도 연안어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한정된 어장 안에 어린 소라를 대량살포, 무차별 밀식한 바람에 소라 떼들이 어장 속 바위 등에 자라는 해조류를 뿌리째 갉아먹어 영양부족 등으로 병들어 떼죽음을 당하는 백화현상이 발생했기 때문. 바위가 하얀 석회질로 변하는 백화현상은 해조류가 자랄 수 없게돼 어장이 바다의 사막처럼 변해가고 있다.
이 탓에 싱싱한 횟감으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돋우어 온 갓돔·우럭 등도 서식처를 잃어 이제 구경하기 힘들다. 바다 목장이 황폐화하고 있는 제주 연안어장의 실태와 원인·대책을 알아본다.

<실태>
제주도 연안(1백81km)에 자리잡고 있는 영세어민들의 어장인 제1종 공동어장은 1백25개에 1만7천km. 이 어장에서 소라의 대량양식이 본격화 한 것은 일본 수출길이 트인 70년대 초부터.
소라양식이 어촌 소득증대사업으로 각광받게 되자 제주도내 각 어촌은 제주도에서 잡은 새끼소라는 물론 목포·완도 등에서까지 새끼 소라를 마구 사들여 연안어장에 밀식했다.
73년의 경우 새끼소라 6만2천km(km당 60마리) 3백72만 마리를 대량 살포하는 등 매년 50만∼1백여 만 마리씩 85년까지 10개 지역 어장에 살포한 새끼소라만도 약1천만 개.
그 결과 76년 소라생산량은 70년대 초의 연평균 1천5백91t에서 2천t으로 늘어났다. 83년에는 3천7백13t을 생산,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해 1천3백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렇듯 마구잡이 소라 밀식으로 10여 년 만에 소라먹이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 85년부터 소라가 썩어 떼죽음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를 고비로 소라생산량은 급격히 줄어 86년 생산량은 1천4백79t으로 13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또 87년 8백 50t, 88년 5백 30t으로 급격히 줄었다.
북제주군 애월어촌계장 강창송씨(51)는 『바다 속을 누벼도 새끼소라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숨을 지었다.
조천읍 어촌계 윤공문씨(44)도『85년도 전까지는 한달 15일 작업에 6천km의 소라를 땄으나 지난해는 한해동안 7천km밖에 잡지 못했다』고 했다.
소라뿐만이 아니다. 갓돔·우럭 등까지 볼 수 없다는 윤씨는 『2년 전만 해도 1t짜리 배로 한번 나가면 연안어장에서 30km정도는 거뜬히 잡았으나 요즘은 20∼30km 원해로 나가도 5km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녀들의 수입도 85년 이전 한달 평균 60만∼1백만 원에서 이젠 20만∼30만원으로 줄어 걱정이 태산이다.

<원인>
소라가 떼죽음을 당해 생산량이 뚝 떨어지자 급기야 제주도는 제주대학에 조사를 의뢰했으나 아직까지 「원인불명」으로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는 상태.
그러나 해양전문가들은 밀식에 따른 영양실조가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바다의 어패·조류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조화를 이뤄야함에도 제주도당국과 어민들이 이를 고려않고 대량생산·수출증대로 밀식한 것이 생태계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어장 속 먹이는 바닥이 나고 서식처인 바위는 백화 현상이 일어 어장이 자체자생능력을 잃고 황폐화하고 있다. 따기 쉽게 한곳에 밀식 시킨 결과가 바다의 사막화현상을 불러들인 셈이 됐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과 양식에 조화를 이루지 않고 당국의 지도부족과 소득증대일변도의 욕심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돼 해조류 등이 살지 못하는 백화현상이 일어난 것이 주된 요인.
여기에다 80년 들어 급격히 증가한 각종 폐수·농약 등이 바다로 흘러들어 어장황폐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책>
어장 속 생태계의 실태를 면밀히 조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 수산진흥원 제주수산연구소 측은 『감태·미역·모자반등 포자·종사를 이용한 해중림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제주대 이정재 교수는 『4∼5년 간 새끼소라살포는 중단하고, 먹이 포자를 이용한 재생시험을 거쳐 대대적인 재생작업을 벌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생태학적 처치 없이 제주어장의 자연재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
수산진흥원 제주수산연구소 김민영 소장은 『자원회복 기간 없이 계속되는 밀식생산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된다』고 말하고 『제주도 당국에 먹이자원재생·종묘생산·산란기조정· 채포금지체장연장·연안초 시설확대 등 대책을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신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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