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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호 첫 임원 인사…키워드는 안정‧미래‧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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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9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9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그룹]

지난 6월 취임한 구광모(40) LG그룹 회장의 첫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쇄신’이었다.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5인의 60대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주회사인 ㈜LG의 팀장과 계열사 사업본부장을 대거 교체했다. ㈜LG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미래인재 육성을 담당할 인력을 상당수 영입했고, 계열사에 대해선 성과주의 인사를 강화했다.

상무 승진 134명…GS와 분리 후 최대 #“조직 활력 키우고 미래 인재 풀 확대” #권영수 등 5인 부회장 체제 유지하면서 #지주회사 팀장, 사업본부장 대거 교체 #구본준 부회장은 내년 3월 물러날 예정

㈜LG와 LG전자‧화학‧유플러스 등 LG 주요 계열사들은 28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인사를 했다. 전체 승진 인원은 185명으로 최근 3년 평균인 143명보다 대폭 늘었다. 구 회장의 부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취임했던 1995년(354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당시는 GS‧LS‧LIG 등과 계열 분리 전이었다. LG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상무로 선임된 인원이 134명으로 2004년 GS와 분리한 이후 최대 규모”라며 “조직을 역동적으로 바꾸고 미래 인재풀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먼저 권영수(61) ㈜LG 부회장과 조성진(62) LG전자 부회장, 하현회(62)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65) LG생활건강 부회장, 한상범(63)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은 유임됐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을 ‘맞교대’하고, 최근 그룹의 모태(母胎)인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신학철(61)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 행보를 보였다. 이번 인사에서 이들 중 일부는 교체될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그는 안정을 선택했다. 그룹 안팎에선 “노련한 전문경영인들의 경륜과 노하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LG는 조직과 인력 구성을 새롭게 바꿨다. ㈜LG는 경영전략‧CSR‧법무‧인사‧재경‧전자‧화학‧통신서비스‧비서팀 등 기존 9개 팀에서 자동자부품팀을 신설해 10개 팀으로 조직을 보강했다. 특히 지난 7월 선임된 이명관(58) 인사팀장을 제외하고 9명의 팀장을 모두 교체하거나 새로 보임했다. LG 관계자는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시작하라는 구 회장의 강력한 메시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외부에서 수혈한 인물들에게 주요 보직의 키를 맡겼다. 홍범식(50) ㈜LG 경영전략팀장(사장)은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 출신으로, 앞으로 구 회장과 권 부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의 ‘경영 밑그림’을 그린다. 김형남(56) 자동차부품팀장(부사장)은 르노삼성자동차‧한국타이어 등을 거쳤다. 자동차부품팀은 LG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전장부품,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등을 총괄한다. 머크와 이베이 등에서 근무했던 김이경(여‧48) 상무는 LG그룹의 인재 육성을 담당한다. ㈜LG는 인사팀에만 3명의 임원을 배치해 인재 선발‧육성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 홍 팀장은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 출신으로 28일 LG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영입됐다. [사진 LG그룹]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 홍 팀장은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 출신으로 28일 LG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영입됐다. [사진 LG그룹]

김종현 LG화학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인 김 사장은 28일 있었던 LG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다. [사진 LG화학]

김종현 LG화학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인 김 사장은 28일 있었던 LG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다. [사진 LG화학]

성과주의 인사는 강화됐다. 계열사 CEO와 본부장급 중역 11명이 바뀌었다. 김종현(59) LG화학 부사장은 자동차 배터리 신규 수주를 크게 늘린 게 인정돼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다. 권봉석(55)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은 스마트폰 사업을 관할하는 MC사업본부장도 겸임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성공 유전자를 침체에 빠진 모바일 부문에 이식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정철동(57)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은 LG이노텍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윤춘성(54) LG상사 부사장도 대표이사로 승진 내정됐다. 이동열(58) 서브원 MRO사업부장이 서브원 CEO로, 정성수(57) HS애드 전무가 지투알 CEO로 이동한다.

지난 9일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 [사진 LG화학]

지난 9일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 [사진 LG화학]

이번 임원 승진자 중 60%가량은 이공계 출신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 등 신성장 사업에서 성과를 보인 연구‧기술 인력을 중용한 것이다. 최연소 승진자는 송시용(39)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상무다. 여성 승진자는 7명이었다. 이로써 LG그룹의 여성 임원은 29명으로 늘었다. 전체 임원 800여 명 중 약 4%가 여성이다. 외국인으로는 쑨중쉰(45) LG전자 중국동북지역 영업담당이 발탁됐다.

한편 구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67) ㈜LG 부회장은 내년 3월 고문으로 물러나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뗄 예정이다. 그의 장남인 구형모(31) LG전자 선임은 이번 임원 승진 명단에서 빠졌다. LG 측은 “구 부회장은 대주주의 일원으로 있는 것이며 당분간 계열 분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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