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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바이블, “부자 되기는 권리”

중앙일보

입력

김환영의 책과 사람 (24)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의 지갑수 역자  

사회주의자가 쓴 자본주의 바이블 #재물의 원천은 경쟁 아니라 창조 #남의 것 빼앗지 않아도 부자 가능 #부자는 ‘욕망’보단 ‘본능’이 우선 #타고난 본능 없다면 더더욱 행동해야 #실패해도 원망하는 마음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 있으면 다시 일어서 #

‘부자의 조건’은 뭘까. 부잣집에 태어나야 할까. 팔자소관인가. 뭐니뭐니해도 노력인가. 학연·지연 등 네트워킹이 빵빵해야 할까.

월러스 워틀스(1860~1911)가 지은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The Science of Getting Rich)》(1910)은, 책 제목 그대로 부자가 되는 과학적인 방법이 있다고 역설한다.

워틀스가 표방하는 ‘부자 되기의 과학’은 경쟁보다는 창조를 강조한다. 1910년에 나온 이 책은 부쩍 창조·창의를 강조하는 오늘의 세계에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또 ‘부자가 되는 것은 권리다’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존엄권·행복추구권·평등권·참정권 등과 마찬가지로 부자가 되는 것은 권리라는 것.

저자 월러스 워틀스는 사회주의자였다. 하지만 그의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은 시장경제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바이블이 됐으니 참 얄궂은 일이다.

금괴 사진. 수백, 수천 권의 책들이 부자가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중 최고·최고(最古·最高)의 고전 중 하나는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이다. [사진 스티브비드미드]

금괴 사진. 수백, 수천 권의 책들이 부자가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중 최고·최고(最古·最高)의 고전 중 하나는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이다. [사진 스티브비드미드]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은 『시크릿(Secret)』(2007)의 작가 론다 번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유명하다.

이 책의 10여개 우리말 번역본이 나와 있다. 가장 많이 팔린 한글판(교보문고 집계 기준)의 지갑수 번역자를 인터뷰했다.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
월러스 워틀스 지음  
지갑수 옮김, 이담북스  

지갑수 역자

지갑수 역자

- 부자가 되는 데 ‘과학’이 실제로 중요할까?“우선 이 책에 대한 오해를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시크릿》의 저자 론다 번이 이 책이 《시크릿》의 근원이라고 공개했기 때문이다. ‘신사고운동(New Thought movement)’에 바탕을 둔 《시크릿》은 생각이 부(富)를 포함해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고 주장한다. 생각으로 정말 간절히 바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시크릿》의 핵심이다.
제가 보기에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이 말하는 것은 《시크릿》과 거의 반대다.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이 강조하는 것은 행동이다. 꾸준히 일관되게 부자가 되는 ‘특정 방법’으로 행동해야 부자가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행동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게 과학이라고 저는 판단한다. 행동하지 않는 데 어떤 결과가 일어난다는 것은 사실 비과학적이다. 생각만으로 뭔가 이뤄진다는 것은 종교적이고 신비주의적이다.”

- 이 책은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16개 원칙 내지는 과정을 제시한다. 흥미롭게도 첫 번째 장이 ‘부자가 되는 것은 권리다 ’이다. 과학을 중시하는 이 책이 ‘과학’이전에 우선 ‘권리’를 내세운 것이 흥미롭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미국은 기독교적인 경향이 강했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보다 쉽다’는 말처럼 당시 미국은 부에 대한 인식이 약간 부정적이었다. 저자는 먼저 그런 인식을 불식하려는 것이다. ‘하느님의 눈으로 봐도 부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부자가 되는 것은 하느님이 부여한 권리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 ‘가톨릭은 청빈(淸貧), 개신교는 청부(淸富)’라는 이분법도 있지만, 20세기 초반의 미국만 해도 청부보다는 청빈을 강조했다는 의미인 것 같다. 부(富)에 대한 워틀스의 관점은?
“저자의 인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부라는 것은 남과 경쟁해 뺏는 것이 아니다’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 ‘경쟁하지 말고 창조하라’.
그렇게 되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 워틀스는 ‘근원물질’이라는 개념을 제기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근원물질’은 신(神)과 거의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하느님이나 신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굳이 ‘근원물질’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인간은 그냥 어떤 신적·절대적 의지로 전적으로 통제받으면 된다’는 관점이 있지만, 저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 근원물질이란 무엇이며 부자 되기와 어떻게 연관되는가.  
“근원물질은 바로 우리 인간을 이루는 물질이기도 하고, 근원 물질이 나 자신이기도 하다. 근원물질은 우주 삼라만상에 다 퍼져있는 물질이다. 근원물질이 우주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결코 부의 공급이 부족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부는 무한하다. 부의 창출을 이해 경쟁하지 말라,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 부자가 되려는 것은 본능인가.“저는 저자의 정신을 담기 위해 ‘본능하다’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욕망하다’보다 더 간절한 개념이다. 세상 모든 사람은 다 본능을 가지고 있다. 본능 중에는 식욕·성욕·수면욕도 포함되겠지만, 저자는 ‘우리 각자 자신이 타고난 대로 뭔가 되고자 하는 것도 본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부자가 되려는 본능이지만, 부자가 되려는 본능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기가 타고난 대로 되고자 하는 본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노력은 어떤 의미인가.  
“저자는,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노력해야만 하게 되는 생각이나 행동은, 제 용어를 쓰자면, 진실로 자신이 ‘본능하는’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과학적인 방법은 있다. 어떤 행동이 있고 그 행동을 평생에 걸쳐 꾸준히 하면 누구나 부자가 되는데, 어떤 행동을 평생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한 게 아니고 오히려 타고난 본능적인 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역자기 때문에 이 책을 굉장히 면밀하게 봤다. 몇 번 보다 보면, 오히려 이런 느낌이 든다. 부자가 되는 사람은 타고난다.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지갑수 역자

지갑수 역자

- 책의 7장은 ‘감사하라’이다. 그리스도교에서도 ‘감사하라’고 가르친다. 저자가 말하는 ‘감사하라’는 어떤 뜻인가.“저자의 ‘감사하라’는 굉장히 실용적이다. 이 감사는 부에 이르는 하나의 통로이기도 하다. 사람은 실패할 때가 있다. 실패했을 때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재기하는 속도와 재기할 수 있는 확률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실패해도 좌절에 빠지지 않는다. 부자가 되는 여정에 있어서 감사는 하나의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한다. 실패했다고 원망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버리는 사람은 다시 재기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감사다.”

-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원조다. 수많은 책이 이 책의 내용을 리사이클 했기 때문에, 의외로 참신한 내용이 없을 수도 있다.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서양 철학의 전통이란 후대 철학자들이 플라톤의 수많은 측면 중 어느 한 측면을 발굴해 발달시켜온 역사에 불과하다. 자기계발서의 고전인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후의 자기계발서들에 대해 플라톤적인 위치에 있다. 수천 년 전의 플라톤에게도 아직 포착되지 않은 참신한 콘텐츠가 남아있고 포착된 측면은 덜 참신하겠지만 포착되지 않은 측면은 여전히 참신하다. 역사가 100년에 불과한 이 책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비록 간접적일지언정 이 책 말고 세상의 그 어떤 자기계발서도 부자가 되는 것은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를 전하고 있지는 않다. 월급쟁이로는 부자가 될 가망이 없으니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하라고 현대의 자기계발서들이 가르칠 때 이 책은 그게 아니라 부자가 되는 방식대로 행동 자체를 하는 게 중요하므로 지금 하는 월급쟁이의 일조차 잘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투자하든 사업을 하든 절대로 부자가 되는 방식대로 지속해서 행동할 수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식대로 계속 행동하는 것이 노력의 일인가 본능의 일이냐는 문제 제기는 여전히 그 어떤 현대 자기계발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참신하다. 발굴해 찾아낼 수 있는 독자에게는 말이다.”

- 마지막으로 강조할 말이 있다면.  
“워틀스도 인정했지만, 부자가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될 수도 있다. 그 간격을 메울 수 있는 것은 행동뿐이다. 그 행동의 원칙과 원리를 워틀스가 이 책에서 가르치고 있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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