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흘리는 거 토할 것 같다" 수면내시경 중 녹음 들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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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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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진행하는 의료진이 수면내시경 중 환자의 신상정보를 거론하며 비하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연합뉴스는 지난달 29일 회사가 지정한 인천의 한 건강검진 전문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20대 직장인 A씨가 겪은 황당한 일을 보도했다.

A씨는 지난해 검진 때 대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고려해 올해도 내시경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이 마취 상태일 때 무슨 말을 할지 호기심이 생겨 휴대전화 녹음기를 켜고 내시경에 들어갔다. 그러나 녹음에는 의료진들이 나눈 황당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잠든 A씨가 흘리는 침을 언급하며 "토할 것 같다"고 하거나 40~50대에게 권장하는 대장내시경을 받는 A씨를 타박하기도 했다. "뭐가 궁금해서 내시경을 하셨대"라고 비꼬듯 말하거나 "대장내시경은 자기 돈으로 추가해서 하는 거냐""대장내시경은 공짜"등의 말을 주고 받았다.

의사는 신음하다 다시 잠든 A씨에게 "앞으로 내시경하지 마세요, 그냥. 젊으신데 왜 이렇게 자주 하세요 내시경을. 세금 낭비야 세금 낭비. 본인 돈 안 드는 거. 결국은 나랏돈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A씨의 신상정보를 보며 직업을 비하하는 발언도 했다. 의사는 "(환자가) 나보다 어려. 4살이나 어려"라고 말하며 "XXXXX(A씨의 직장명)? 그런 데서 와요. 제가 보기에는 약간 정규직들은 아니지 않나? 계약직들 아니야? 알바생들?"이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는 "XX년생이면 XX살 아니야?"라며 "매장에 있는 사람 아냐? 경호원 아니야 경호원?"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A씨는 잠든 자신에 대한 인격 모독성 발언과 개인 신상 정보를 언급하며 직업적 비하 발언을 한 의료진들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녹취에 음성이 담긴 의료진들을 내시경 업무에서 배제했다.

병원 관계자는 "젊은 분들이 많이 오다 보니 의료진이 그냥 사담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 것 같고 성희롱 발언은 없었다"며 "민원을 받은 지 1주일 만에 내부 징계를 마쳤고 다음 달 말에는 다른 업무로 전보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해당 의사의 해명도 전했다. 병원 측은"해당 의사는 내시경이 끝나고 나서도 실제로 A씨에게 '대장내시경 권장 연령이 40대 이상부터니 이후부터 하라'고 권유했다"며 "침을 흘린다고 했던 내용은 환자분이 불편할 정도로 침을 흘려 걱정하는 차원에서 말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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