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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 태양광' 추진 최규성 농어촌공사 사장, 태양광업체 대표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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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업체 전화하니 "최규성 전 국회의원 사무실입니다"

최규성(68)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취임 직전 대표로 있던 전북 김제시 서암동 태양광 발전 관련 업체 '○○에너지'. 김제·완주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최 사장이 의원 시절 쓰던 사무실이다. [사진 프레시안]

최규성(68)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취임 직전 대표로 있던 전북 김제시 서암동 태양광 발전 관련 업체 '○○에너지'. 김제·완주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최 사장이 의원 시절 쓰던 사무실이다. [사진 프레시안]

"안녕하세요. 최규성 전 국회의원 사무실입니다."

최규성 농어촌公 사장, 취임 넉달전까지 지내 #의원 시절 보좌진이 임원…친아들도 사내이사 #"7조5000억 수상 태양광 추진 부적절" 지적 #검찰, 형 최규호 8년 도피 도운 혐의 수사

21일 오후 전북 김제시 서암동 '○○에너지' 간판이 걸린 사무실에 전화를 걸자 이런 안내 말이 흘러나왔다. 이 회사는 태양력 발전 업체다.

최규성(68)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지난 2월 공사 사장에 취임하기 직전 태양광 발전 관련 사업체 대표로 일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사장은 2004~2016년 김제·완주에서 3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을 지냈다. '○○에너지'가 있는 곳은 과거 그가 의원 시절 쓰던 사무실로 확인됐다.

21일 '○○에너지'의 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최 사장은 지난해 10월 19일 해당 업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현재 이 업체 대표이사는 최 사장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였던 정모(69)씨가 맡고 있다. 전직 보좌관 윤모(40)씨 등 최 사장 측근 4명도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최 사장의 친아들 최모(38)씨는 아버지가 대표를 사임한 날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업체 이름은 최 사장이 나간 날 'XXX 주식회사'에서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최규성(68)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 때 모습. 지인들을 시켜 친형인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잠적 8년 2개월 만에 검찰에 붙잡힌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이 지난 7일 전주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해당 업체는 2016년 5월 설립됐다. 애초 사업 목적은 ▶전력 및 통신기기류 판매업 ▶전기 및 건설 공사 수주 대행업 ▶전력 및 통신기기류 대리점업 ▶기계, 공구류 등 무역업 ▶ 건설시행업 등이었다. 그런데 최 사장이 대표에서 물러난 지 사흘 만인 지난해 10월 23일 ▶태양력 발전업 ▶전기 발전업 ▶송전 및 배전업 ▶전기 판매업 등이 추가됐다. 업체 주식도 설립 초기 1만 주(자본금 5000만원)에서 지난해 12월 6만 주(3억원)로 6배 늘어났다.

이를 두고 "태양광 관련 업체를 운영하던 최 사장이 전국 저수지에 7조5000억원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사업을 추진하는 농어촌공사 수장을 맡는 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최 사장은 최근 친형인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의 '8년 2개월 도피'를 도운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최 전 교육감은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확장 사업을 도와주고 3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2010년 9월 12일 잠적한 최 전 교육감은 지난 6일 인천의 한 죽집에서 붙잡혔다.

최규성(68) 한국농어촌공사가 취임 직전 대표로 있던 태양광 발전 관련 업체 '○○에너지' 등기부. [중앙포토]

최규성(68) 한국농어촌공사가 취임 직전 대표로 있던 태양광 발전 관련 업체 '○○에너지' 등기부. [중앙포토]

앞서 검찰은 지난 12일 지인들을 시켜 최 전 교육감의 도피를 돕게 한 혐의(범인도피교사)로 최 사장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만성 질환이 있는 최 전 교육감은 도피 기간 최 사장 명의로 병원 진료를 받고 약도 처방받았다. 또 도피 기간 제3자 명의의 휴대전화와 체크카드를 쓰며 여유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명을 썼던 최 전 교육감은 수억원대 차명 아파트(24평)에 살며 테니스·골프도 즐겼다.

최 사장 형제를 수사 중인 전주지검은 계좌 추적을 통해 도피 자금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또 최 사장이 최 전 교육감의 장기간 도피 생활을 설계한 '몸통'으로 보고,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최 사장 측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현재 최 사장의 휴대전화는 검찰에 압수된 상태다. 농어촌공사 측은 "사장 개인의 문제라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김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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