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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꿈꾸는 ‘악의 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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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뉴욕 양키스는 지난달 보스턴과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1승3패를 기록, 탈락했다. 4차전 경기 도중 실망한 표정을 짓는 양키스 선수들. [AP=연합뉴스]

뉴욕 양키스는 지난달 보스턴과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1승3패를 기록, 탈락했다. 4차전 경기 도중 실망한 표정을 짓는 양키스 선수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의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가 특급 선수 수집에 나섰다.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자 양키스가 발끈한 모양새다.

보스턴 우승에 자극 받은 양키스 #약점인 선발투수진 강화에 나서 #사치세 안 내 여유, 특급선수 영입 #좌완 파이어볼러 팩스턴 데려와 #FA시장 나온 코빈·햅에도 관심

양키스는 19일 트레이드를 통해 시애틀 매리너스의 왼손 투수 제임스 팩스턴(30)을 영입했다. 양키스는 유망주 3명을 내주고 팩스턴을 데려왔다. 팩스턴은 올해 28경기에 선발로 나서서 11승 6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팩스턴은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강속구 투수(파이어볼러)’다. 올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속도는 95.4마일(약 154㎞)이나 된다. 왼손 선발 중에선 블레이크 스넬(탬파베이)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스피드다.

제임스 팩스턴. [AP=연합뉴스]

제임스 팩스턴. [AP=연합뉴스]

팩스턴의 영입으로 양키스는 마운드 강화에 성공했다. 오른손인 루이스 세베리노(19승 8패, 평균자책점 3.39)와 다나카 마사히로(12승 6패, 평균자책점 3.75), 그리고 좌완인 C.C. 사바시아(9승 7패, 평균자책점 3.65)와 팩스턴으로 견고한 좌우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양키스의 전력 보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MLB.com은 “양키스가 또 한 명의 뛰어난 선발투수를 추가할 계획이다. FA시장에 나온 패트릭 코빈(애리조나)과 J.A. 햅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햅은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 직전 양키스로 이적해 11경기에서 7승 무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다. 코빈은 애리조나가 꼴찌에 그쳐 11승(7패, 평균자책점 3.15)에 머물렀지만 200이닝을 던졌다. 송재우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코빈과 햅 중 한 명만 잡아도 보스턴 못잖은 탄탄한 선발진을 꾸리게 된다”고 평했다.

브라이스 하퍼와 함께 올시즌 FA 최대어로 꼽히는 매니 마차도. [AP=연합뉴스]

브라이스 하퍼와 함께 올시즌 FA 최대어로 꼽히는 매니 마차도. [AP=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양키스는 올해 FA 시장에 나온 야수 중 브라이스 하퍼와 함께 최대어로 꼽히는 LA 다저스의 유격수 매니 마차도의 스카우트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가능하면 최강의 팀을 만들겠다”며 마차도에게도 관심이 있음을 나타냈다. 마차도의 몸값은 총액 3억 달러(약 3393억원)를 호가한다. 송재우 위원은 “마차도를 데려갈 수 있는 팀은 한정적이다. 실탄이 충분한 양키스가 마음만 먹는다면 마차도를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양키스는 올 시즌 애런 저지, 지안카를로 스탠턴, 미겔 안두하 등 젊고 힘 있는 타자들을 앞세워 MLB 팀 홈런 1위(266개)에 올랐다. 마무리 애롤디스 채프먼을 필두로 한 불펜진도 막강하다. 그 덕분에 올 시즌 100승62패로 MLB 전체 승률 3위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앙숙 보스턴(108승54패)에 밀려 와일드카드로 밀려났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엔 진출했지만, 보스턴과의 맞대결에서 져 월드시리즈에 가지 못했다. 송재우 위원은 “라이벌인 보스턴에 졌다는 건 양키스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보스턴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LA 다저스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보스턴 레드삭스. [AP=연합뉴스]

LA 다저스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보스턴 레드삭스. [AP=연합뉴스]

전 보스턴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루치노는 2002년 양키스를 ‘악의 제국(the evil empire)’이라고 표현했다. 양키스가 막강한 재력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수퍼스타들을 끌어모은 뒤 최다 우승(27회)을 차지한 걸 비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양키스는 두 차례 우승(2000, 2009년)에 그쳤다. MLB 사무국이 사치세(기준 연봉총액을 넘는 팀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와 외국인 선수 계약금 제한 등 부자 구단의 독주를 막는 제도를 도입한 뒤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사치세는 처음 기준치를 넘기면 초과액의 20%, 2년 연속 넘길 경우 30%, 3년 연속 초과 시 50%를 낸다. 2003년부터 15년 연속 사치세를 냈던 양키스는 올해 처음으로 사치세 기준 아래로 연봉을 묶는 데 성공했다. 송재우 위원은 “양키스는 자체 중계 방송국을 만들었다가 매각해 큰돈을 벌었다. 중계권료 수익도 크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은 소비를 줄였다”며 “올해 사치세를 내지 않은 덕분에 앞으로 2~3년은 부담이 없다. 당장 우승을 하겠다는 결심만 내리면 얼마든지 돈을 써서 특급 선수를 끌어모을 것”이라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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