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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찌꺼기로 한라봉 키워 팔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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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태안의 식용 곤충 식품 공장 ‘시니어 행복드림’에서 어르신들이 작업에 한창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지원을 받아 올 4월 가동됐다. [사진 시니어 행복드림]

태안의 식용 곤충 식품 공장 ‘시니어 행복드림’에서 어르신들이 작업에 한창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지원을 받아 올 4월 가동됐다. [사진 시니어 행복드림]

충청남도 태안의 곤충 식품 공장 ‘시니어 행복드림’. 65세 이상 어르신 22명은 여기서 식용곤충 분말이 첨가된 친환경 양어 사료, 프리미엄 애완동물 사료 등을 만든다. 어르신들은 격일로 3시간씩 근무를 하며 1인당 34만원을 받고 있다.

기업들 기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지역 경제 살리는 마중물 역할 #엔제리너스, 커피 비료 제공 후 #한라봉 사들여 음료 재료로 사용

이 공장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대·중소 기업·농어업협력재단 운영)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자유무역협정(FTA)이행으로 피해를 보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촌과 기업 간 상생 협력을 돕기 위해 만든 기금이다. 지난해 민간기업, 공기업 등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설립했다.

박노섭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영본부장은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어르신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해 이들의 생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권 시니어행복드림 대표는 “사업이 안착하면 일자리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사용현황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사용현황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농어촌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민간기업과 농어민이 손잡고 농수산물 생산· 유통·판매 등에서 협력을 추진하면서다. 21일 현재 모인 기금은 505억 7789만원. 한국전력 및 지역 발전사 등 공기업이 470억 1589만원(30건), 현대차·롯데GRS·대상 등 민간기업이 35억1090만원(9건)을 출연했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야 국회의원 등도 5110만원(94건)을 보탰다.

지난달 현재 이 기금으로 운영 중인 사업은 59개(227억9277만원)에 달한다. 전남 영광과 경북 울진의 찾아가는 공학교육사업, 경남 진주 수곡면의 농촌직업센터 등이 진행되고 있다. 기금은 교육 및 의료 시설 확충 등에도 쓰이지만, 기업과 농어촌을 연결해 장기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이미 주요국에서는 농어촌에 활발한 투자를 통해 기업과 농어민, 소비자까지 윈-윈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본의 세븐 팜은 일본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이 운영하는 농장이다.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배출되는 식품 폐기물로 비료를 만들어 농작물을 키우고, 이 농작물을 다시 유통기업에 판다.

제주도 서귀포시 한라봉 농가와 롯데 엔제리너스 커피숍이 이와 유사하다. 엔제리너스는 커피 찌꺼기로 친환경 비료를 생산해 제주 한라봉 농가에 보내고, 해당 농가의 한라봉을 사들여 음료 재료로 쓰는 순환형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50곳의 한라봉 농가는 9225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커피 비료를 쓴 식물은 가뭄과 병에도 잘 견딘다는 전남대학교 연구진의 연구결과도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농가에서 한라봉을 팔 곳이 생겨 좋고, 회사는 양질의 한라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기존 화훼농가는 여러 유통 과정을 거치며 손에 쥐는 소득이 적었는데, 이를 바꿔보고자 꽃 스타트업 ‘리플링’이 나섰다.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태안의 꽃 농가와 온라인 소비자를 직접 연결한다. 농부의 인사말, 꽃이 자라나는 환경을 동영상 등으로 만들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다. 농가는 생산·배송에 집중하고 리플링은 꽃 판매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농가를 돕는 식이다. 주문 즉시 농가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꽃을 수확해 포장·배송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영업을 시작한 ‘비마이프렌드’에서는 장애인 4명이 일하고 있다. 이곳은 장애인 자립과 안정적 일자리 제공을 돕는 커피 로스팅 공장 겸 카페다. 장애인들은 커피 원두 로스팅·원두 검수·포장 등을 배우며 훗날 바리스타로 성장할 꿈을 꾸고 있다.

정승묵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영본부 부장은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 확대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며 “기금에 출연한 기업은 투자·상생 협력촉진 세제를 통해 법인세 공제 등 다양한 절세효과도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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