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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임승차|여론 살피며 서로 책임 전가 홍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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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무임승차 늘자 "조조">
서울시는 6일 오전 시내 각 역에서 노조원들이 승객들의 승차권 자동판매기 이용을 방해하는 등 적극적인 무임승차 유도로 무임승차하는 승객들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자 몹시 초조해 하다 유·무임 승객수가 반반정도라는 중간집표 결과에 다소 안도하는 표정.

<대형 상황판을 설치>
노조 측은 6일 조합상황실에 대형 상황판을 설치, 위원장 등 집행부 간부들이 대기하면서 오전4시부터 승객동태, 개찰구 개방 여부 등을 1백2개 지하철역으로부터 수시로 보고 받고 대응책을 세우느라 부산한 모습.
노조 측은 특히 각 역별로 배치된 조합원수와 시청·공사 직원 수를 비교, 조합원수가 적은 역에는 지원 반을 추가로 파견하는 등 독려.

<출근시간부터 확산>
6일 오전5시30분부터 시작된 지하철 노조의 무임 승차 투쟁은 이른 새벽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입해 탑승했으나 출근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승객들 대부분이 무임승차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율이 늘어나 반반정도.
특히 오전 7시30분부터 비번 노조원들이 역마다 배치 돼 창구마다 늘어서서 무임승차를 유도해 젊은 회사원들로부터 시작, 점차 장년 층→여성승객들로 무임승차가 확산되기도.
그러나 무임승차를 한 승객들도『결코 마음이 편치 않다』며 떨떠름한 표정이었는데 일부 승객들은 승차권을 꺼내 구내에 배치된 시청공무원들에게 흔들어 보이며 자신이 정기권 소지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모습.

<「역무 직원」리본 달아>
시청 역의 경우 가장 붐 비는 오전8시20분∼9시 사이에는 아예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집 찰 구를 통과하는 젊은 회사원들이 대부분.
이들은 운임을 자발적으로 내 달라는 공무원들의 설득에도 들은 척도 않고 빠져나갔으나 일부는 1천 원 짜 리를 꺼내 요금 모집 통에 넣고 거스름돈을 받아 가기도.
한편 서울시와 지하철공사는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공무원들과 일반직 사원들을 역마다 배치했으나 오전8시부터는 노조원들에 비해 수적으로도 열세고 마찰을 되도록 피한다는 방침에 따라 소극적(?)대응.
이들은「역무 지원」이라는 하얀 리본을 달고 삼삼오오 구내에 배치됐으나 무임승차의 비율이 늘어나고 노조원들이 대거 밀려오자 아예 자리를 피하는 모습도.

<시민들 표정 떨 떠 름>
서울지하철 노사분규가 끝내 무임승차 운행사태로 번지자 노사양측은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 공방전.
공사 측은 이와 관련, 4일 각 일간지에「지하철 노사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는 홍보광고를 게재했으며, 노조 측도 지하철 역 구내마다 눈에 잘 띄게 노란 바탕의 종이에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무임승차를 실시한다」는 홍보전단을 부착하는 등 홍보 전.
그러나 다수시민들은『도대체 어떻게 됐 길래 8개월 동안에 다섯 번이나 분규가 나느냐』 며 짜증 섞인 비난의 반응이어서 노·사 모두가 함께 욕을 먹는 인상인데 일부 시민들은 『차라리 시에서 직영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말하기도.

<시장 주재 협상을 "불발">
5일 오전 10시부터 고건 서울시장이 주재하려던 노사협상 중재는 노조 측의 불참으로 불발, 무임승차가 강행됐다.
한 시간 넘게 협상 장소인 시청 소 회의실에서 자리를 지키다 일어선 지하철 공사 측 임원들은『노조 측의 협상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자신들의 협상태도를 앞세운 반면, 노조 측은『공사 측이 전날 방송을 통해 우리를 일방적으로 매도했다』며『두 얼굴을 가진 공사 측과 대화할 수 없다』고 말해 상호불신을 극명하게 표출.
한편 고 시장은『서울시민의 대표로 중재하는 입장 일 뿐 시장이 협상의 대상자는 아니다』고 밝히고『노조 측이 나타나기 전에는 일체 협상 장소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하루종일 집무실을 지켰다.

<몸싸움 충돌 우려>
지하철 공사 측은 6일 사무직원을 역 무 지원 근무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혹시 노조원들과 몸싸움 등 현장에서 돌발적인 충돌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
이에 따라 공사는 역 무 지원에 투입될 경찰들에게는 돌발적인 충돌 사태에 대비토록 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지원근무 중 몸싸움 등 이 예상될 경우 신속히 경찰관에게 알리라고 지시.

<5시8분부터 실시>
노조 측은 6일0시부터 무임 승차 제를 실시키로 하면서 0시∼0시38분까지의 승차에 대해서는 각 역의 재량에 맡겨 일부 역에서는 이 때부터 무임승차를 실시.
지하철 운행체제상 막차시간인 다음날 0시부터의 30여분 동안은 전날 운행에 속해 노조 측은 실질적인 무임승차는 6일 운행의 첫 차인 5시8분부터 실시키로 하고 개찰구를 풀진 않았으나 시민들에게는 6일0시부터 실시되는 것으로 알렸기 때문에 무임승차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는 직원용 승차권을 사용해 무임승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

<표 팔기로 일보후퇴>
노조 측은 무임승차 제 강행을 결정하며 당초 매표거부까지 고려했었으나『판단은 시민에게 맡기자』는 의견이 높아『무임승차를 유도하되 표는 팔자』선으로 후퇴했다는 후문.

<"신나는 월요일" 주장>
운행수입 결손 등 운임문제에 대한 공사·노조 측의 공방도 치열해 눈길.
공사 측은『무임승차는 사용자 부담원칙을 무시하고 시민 전체에게 부담을 넘기는 꼴』이라며『전적으로 노조책임』이라고 주장.
노조 측은 이에 대해 유인물 등을 통해『엄청난 빚은 경영진과 권력층의 부정·비리, 방만한 운영의 결과』라며『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요금을 올리려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서민에게 전가시키려는 처사』라며 요금인상 절대 불가론 을 펴는 한편『공짜로 지하철을 탈 수 있어 서민들에게는「신나는 월요일」일 것』이라고 반박.

<문의 전화 잦아 불통>
4일 무임승차 제 강행방침이 정해진 뒤 군자 동 노조사무실엔 시민들의 항의전화와 노조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쳐 자정 무렵에는 아예 전화기가 과열로 고장나 불통.

<춘투기선 제압 의도>
노조 측의 무임승차제 실시 강행에 대해 공사 측에서는『춘투를 앞두고 재야 및 민주노동 단체에 대한 위상을 정립하고 새 집행부의 실천력을 과시해 보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즉 지난 3대 노조 위 위원장 선거에서 2천7백대 2천4백14표의 근소한 차로 새 노조위원장이 당선된 뒤 내부단합을 위해선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던 데다 봄철 임금인상투쟁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

<대자보·유인물 홍수>
5일 군자 동 차량기지 2층 노조 사무실에 마련된「노조탄압 분쇄 및 합의각서 이행투쟁본부」상황실에는 집행부간부들이 휴일임에도 전원출근, 대책논의·홍보 물 제작 등으로 부산.
특히 입구계단에는 의자 등으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복도와 사무실 벽 곳곳에 대자보·유인물 등 이나 붙어 긴장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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