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우즈베크에 4-0대승....6경기 연속 무패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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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전반 9분 남태희(왼쪽 네 번째) 선제골 직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이 파울루 벤투(49ㆍ포르투갈) 감독 부임 이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2018년 A매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벤투호 황태자’ 황의조(26ㆍ감바 오사카)가 또 한 번의 속시원한 득점포로 올 한 해 대표팀 일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은 20일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 센터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복병’ 우즈베키스탄과 A매치 원정 평가전에서 전반 남태희(28ㆍ알 두하일)와 황의조의 연속골, 후반 문선민(26ㆍ인천), 석현준(27ㆍ랭스)의 추가골을 묶어 4-0 대승을 거뒀다. 지난 9월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국은 매달 두 경기씩 6경기를 치르며 총 3승3무를 기록,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2018년을 마무리했다.

신기록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1997년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 전임제를 도입한 이후 부임한 감독 중 데뷔 직후 가장 오래 무패 행진을 이어간 지도자가 됐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04년 부임해 14개월간 대표팀을 이끈 조 본프레레(72ㆍ네덜란드) 감독의 5경기(3승2무) 무패다. 한국은 우즈베크와의 상대전적에서도 11승4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는 황의조(왼쪽 두 번째). [연합뉴스]

‘믿고 쓰는 골잡이’ 황의조가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 9분에 터진 남태희의 선제골을 앞세워 한국이 한 골 차로 앞서가던 전반 24분, 승리에 힘을 보태는 추가골을 터뜨렸다. 코너킥 후속 상황에서 수비수 이용(32ㆍ전북)이 슈팅한 볼이 골키퍼의 방어에 막혀 흐르자 황의조가 뛰어들며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두 골 차로 앞서며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25분과 36분, 문선민과 석현준의 쐐기골을 추가해 스코어를 네 골 차로 벌렸다. 한국이 A매치에서 4골을 몰아친 건 지난 2016년 12월 일본과 동아시안컵 한일전(4-1승) 이후 2년 만이다.

황의조는 2018년 하반기를 빛낸 ‘한국 축구 히트 상품’이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이후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오가며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한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참여해 9골을 몰아치며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소속팀에서는 최근 6경기 연속골 행진으로 강등권 탈출에 앞장 섰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합쳐 최근 26경기에서 25골을 몰아칠 정도로 상승세가 눈부셨다. 지난 17일 호주전(1-1무) 선제골을 포함해 이달 호주에서 치른 두 번의 A매치 원정 평가전에서도 모두 골맛을 봤다.

벤투 감독은 이달 원정 2연전을 앞두고 파격적인 멤버 구성을 선보였다. 손흥민(26ㆍ토트넘), 기성용(29ㆍ뉴캐슬), 정우영(29ㆍ알 사드) 등 기존 주축 멤버를 빼고 나상호(22ㆍ광주), 김정민(19ㆍ리퍼링), 이유현(21ㆍ전남) 등 ‘젊은 피’를 대거 선발했다. 이청용(30ㆍ보훔), 구자철(29ㆍ아우크스부르크) 등 베테랑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엔트리 구성을 앞두고 대표팀 전술과 선수 구성에 다양성을 덧입히기 위한 결정이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는 이청용. [연합뉴스]

과감한 실험의 배경에 황의조가 있었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의 기복 없는 골 결정력을 믿고 미드필드진과 수비진 구성에 큰 폭의 변화를 줬다. ‘아시안컵에서 손흥민과 기성용을 활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플랜B를 점검할 수 있었다. 호주전 무승부, 우즈베크전 승리로 희망도 봤다. 두 나라는 아시안컵에서 우리와 함께 우승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9월과 10월에 치른 4번의 A매치에서는 고정적인 전술과 선수 구성을 활용하며 조직력을 쌓았다. 이달 두 번의 평가전에서는 ‘새 얼굴 실험’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960년 마지막 우승 이후 58년째 아시안컵에 입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 축구의 ‘한’을 풀기 위해서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중순께 소집해 국내에서 훈련한 뒤 22일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할 예정이다. 새해는 축구와 함께 시작한다. 내년 1월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갖고 마지막 담금질을 마친 뒤 아시안컵 본선 일정에 돌입한다. 1월 7일 필리핀전을 시작으로 12일 키르기스스탄, 16일 중국과 잇달아 맞대결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