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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곳 전수조사해 내린다더니…일부 매장 음식값, 인천공항서 여전히 비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공항 내 일부 식음료 매장이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함종선 기자

인천공항 내 일부 식음료 매장이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함종선 기자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인천공항 내 식음료매장 182곳의 가격을 전수조사했다. 인천공항 식음료 매장의 가격이 시내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중앙일보 2018년 8월 20일 B3면 '같은 브랜드 짜장면이 강남 5000원, 인천공항 7000원')이 나오자 공사 규정에 맞게 조처를 하기 위해서다. 공사는 인천공항의 프랜차이즈 식음료 매장 품목 가격은 시중과 동일하다고 강조해왔다.

도너츠,커피 값 시중보다 200~2000원 비싸 #내렸다는 음식값은 8000원에서 7900원으로 #‘눈가리고 아웅’식 인천공항 음식값 내리기 지적

공사는 조사결과 125개 품목이 시중에 비해 비쌌고, 그중 별다른 이유 없이 비싸게 팔고 있는 28개 품목을 적발해 시중과 동일하게 가격을 인하하게 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고 발표했다.

던킨도너츠 인천공항점의 던킨 글레이즈드 도너츠 가격은 개당 1300원으로 시내 가격(1100원)보다 200원 비싸다. 함종선 기자

던킨도너츠 인천공항점의 던킨 글레이즈드 도너츠 가격은 개당 1300원으로 시내 가격(1100원)보다 200원 비싸다. 함종선 기자

그러나 이런 공사의 조치에도 인천공항 내 식음료매장이 ‘바가지’라는 소비자의 불만은 계속된다. 대표적인 게 인천공항에서 대대적으로 식음료 사업(직영 및 임대)을 벌이고 있는 SPC그룹의 '던킨도너츠'다. 인천공항에 있는 던킨도너츠 매장(공항 내 3곳)에 가면 도너츠 가격은 시내보다 200원, 커피값은 300원 이상 비싸다. 하지만 던킨도너츠는 공사의 ‘적발리스트’에 들지않았다.

던킨도너츠 관계자는 "던킨도너츠의 경우 스키장과 같은 '특수상권'의 가격과 동일하게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일가격’이 공항의 원칙인데 던킨은 ‘이중가격’을 책정한 것이고, 이를 공사가 인정한 셈이다.

공사가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한 품목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사의 동일가격 원칙과는 차이가 있다. 공사는 3500원에 팔던 KFC의 생맥주 한잔을 3000원으로 내리게 했다고 발표했는데, 요즘 시내에서 KFC는 생맥주 한 잔을 2000원에 판다. 또 모 식당의 칼국수 메뉴의 경우 인천공항점의 가격을 내리는 대신 아예 타 지점의 칼국수 메뉴를 없애는 방식으로 조정(?)했고, 교동짬뽕 짜장면의 경우 교동짬뽕 스타필드점에서 받는 가격과 같기 때문에 가격 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가격을 조정했다고 발표한 품목들도 8000원에 7900원으로 100원(케세이호 탄탄면) 내리거나 8000원에서 7800원으로 200원(CJ푸드월드 짬뽕) 조정하는 등 인하 폭이 작은 품목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인천공항의 식음료 가격 인하 조처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사업자가 경영상 판단에 따라 제품 가격을 상이하게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 공사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 ‘거래상 지위 남용(경영간섭)’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와 식음료매장 간의 매장임대차 계약서에는 ‘시내 동일 가격 준수 여부’조항이 있다. 또 공사는 이 조항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경고 조치를 하거나 재계약 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 단속이 어렵다고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계약서 조항을 들어 강력하게 단속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성빈 인천공항공사 식음서비스팀장은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며 "인천공항 식음료 매장의 가격을 시중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품질은 높이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미스터리 다이너(암행제도)와 공항 상주 직원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SPC그룹은 최근 배스킨라빈스 인천공항점에 아이스크림 싱글 레귤러(2800원)를 메뉴에 추가했다. 인천공항에서는 3500원짜리 품목(싱글킹) 이상만 팔아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중앙일보 지적에 따라 조정한 것이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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