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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지지층 규합 위한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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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독선과 오만이 문제"=상당수 교수는 "노 대통령이 선거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대통령이 가진 생각과 정책의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선거에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선 특히 지지자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많았던 만큼 국정운영 방식과 정책추진 방향에 관한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누누이 지적돼 왔던 노 대통령의 '나만 옳다'는 식의 독선과 오만이 이번에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내영 교수는 "선거에서 패한 것이 열린우리당이긴 하지만 많은 국민은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 평가한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은 전혀 책임이 없다는, 책임회피를 위한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대학 임혁백 교수도 "대통령 단임제가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없다는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 같다"며 "대통령이 당과 절연하고 나는 책임없다는 식으로 간다면 어느 여당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부산대 황아란 교수는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지지층을 계속 규합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선거는 누적된 여론이 드러난 현상인 만큼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일부는 원론적으로 맞는 얘기"=대전대 유재일 교수는 "대통령의 임기가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치러지는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돼 여당에 불리한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건 원론적으로는 맞는 얘기"라고 했다. 유 교수는 "하지만 지금은 원론을 얘기하기보다는 민심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북대 신기현 교수는 "지방선거가 권력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다면 대선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며 "지나간 선거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앞으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이 여론을 탐색하는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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