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각국이 ICO 경쟁 … 막고 있는 한국만 손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니잠 이스마일 변호사는 ’암호화폐 금지는 한국의 금융 산업도 후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니잠 이스마일 변호사는 ’암호화폐 금지는 한국의 금융 산업도 후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이점이 많은 사업 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싱가포르 ICO 지침 세운 이스마일 #암호화폐, 위험성 커도 이점 많아 #싱가포르는 고교서도 관련 교육 #블록체인 산업 허브 되려 잰걸음

7일 싱가포르 하버프론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니잠 이스마일(Nizam Ismail) 변호사는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공개(ICO)를 허용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스마일 변호사는 싱가포르 통화청(MAS) 시장개혁정책국장을 역임했으며 싱가포르 ICO 가이드라인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은 투자전문 로펌(RHTLawTaylorWessing)에서 파트너 변호사 겸 투자정보서비스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스마일 변호사는 “MAS에서는 암호화폐 산업을 두고 ‘위험성이 크지만, 경제적으로 활용될 부분이 많은 기술’로 인식했다”며 “특히 스타트업 등 신생기업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국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도 스타트업이 기존 금융권을 통해 운용 자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블록체인 등 검증되지 않은 영역의 업체 경우에는 심사가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ICO를 허용하면서 신생 업체들이 백서(White Paper) 공개를 통해 다양한 루트에서 쉽게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이스마일 변호사는 “싱가포르 MAS는 ICO의 투자금 성격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특정 서비스를 선(先)구매하는 것’으로 규정했다”며 “킥 스타터(아이디어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펀드와 유사한 것인데 이를 통해 초기 단계의 ICO 회사들이 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고 덩달아 중소기업 생태계도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싱가포르 MAS가 ICO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고려한 두 가지 핵심 요소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과 ‘그로 인한 부작용의 최소화’였다. 화폐나 부동산 등 자산을 암호화폐화 한 증권형 토큰은 돈세탁에 대한 우려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지했다. 대신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발행은 그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았어도 제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스마일 변호사는 “금지 규정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적용하고, 규정을 지키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무조건 허용하고 있다”며 “기술 흐름에 따라 규제 역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싱가포르 정부의 초점은 어떻게 블록체인 산업의 ‘허브’가 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대학 교육은 물론 고등학교 수업에서도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와 관련한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이스마일 변호사는 “내년부터 싱가포르는 암호화폐를 통한 지불·결제 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해당 산업을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또 지금까지 금지됐던 증권형 토큰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해 허용하는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ICO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잃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홍콩·호주·스위스·베트남·태국 등이 ICO 가이드라인을 내는 등 새로운 산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한국에서 ICO를 막으면 좋은 기업들은 물론이고 훌륭한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로 갈 것인데, 이렇게 되면 국가 전체가 경제적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gna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