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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6. 네오세미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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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네오세미테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갈륨비소 반도체용 웨이퍼를 만든다. 오명환(右)사장이 생산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요즘 나오는 신차들의 뒷 모습은 예전 차들과는 느낌이 꽤 다르다. 전구 대신 발광다이오드(LED)를 넣어 후미등이 한결 밝고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신호등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신호등은 일반 전구를 사용해 환한 대낮에 불이 들어왔는지 안들어왔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LED를 사용한 신형 신호등은 이런 불편이 없다.

이런 LED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게 갈륨비소 반도체다. 이 반도체는 일반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기를 빛으로, 빛을 전기로 바꿔주는 특성이 뛰어나다. 반응 속도도 실리콘 반도체보다 다섯 배 이상 빠르다. 갈륨비소 반도체는 최근 자동차.신호등은 물론 휴대전화의 신호처리 장치, 대형 액정화면의 백라이트유닛 등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네오세미테크는 이 갈륨비소 반도체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회사다. LS전선 연구소 출신의 오명환(48) 사장이 2000년 3월 1일 창업했다. 굳이 삼일절을 창립기념일로 삼은 것은 일본이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는 갈륨비소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독립'을 하자는 의미였다. 갈륨비소 반도체는 일본 스미토모전기.미쓰비시화학.히타치전선 등이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독일과 미국에 각각 하나씩의 회사가 있을 뿐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오 사장의 도전은 상당한 결실을 거뒀다. 2001년 10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50억 원으로 불었다. 이 중 95%를 대만과 일본.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갈륨비소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해 주문량을 대지 못할 정도다.

네오세미테크의 성공은 원료 성형부터 최종제품 생산까지 전 단계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학사와 석.박사 과정에서 줄곧 반도체를 연구해온 오 사장은 2002년 기존 생산방식보다 효율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뛰어난 연속공정법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이 공법은 300시간이 걸리던 웨이퍼 원료봉(잉고트) 제작시간을 40시간으로, 생산 단가는 경쟁사들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여줬다.

웨이퍼를 만드는 생산설비도 자체적으로 제작한다. 공장 안에서 원료 용융, 성형, 절단, 가공을 위해 분주히 돌아가는 모든 기계엔 '네오세미테크'란 로고가 선명하게 붙어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산둥(山東)성에 있는 업체에 50억 원 어치의 생산설비를 수출했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태양열 발전용 집광판에 들어가는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일이다. 대만의 집광판 생산회사인 솔라텍에 올 하반기 150억~200억원 규모를 공급하고 내년부터 연 300억원대를 납품하기로 했다. 오 사장은 "올 매출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550억원,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7%에서 올 20%로 각각 증가할 전망"이라며 "중국.대만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일본업체의 독주를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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