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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맘 하나가 되는 장작패기의 뿌듯함, 그 누가 알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16)

장작을 잘 쌓아둔 모습. 산막의 땔나무는 참 소중하다. 손님에게 바비큐도 구워주고, 밝음과 따뜻함을 주기도 하는 정말 요긴하고 고마운 존재다. [중앙포토]

장작을 잘 쌓아둔 모습. 산막의 땔나무는 참 소중하다. 손님에게 바비큐도 구워주고, 밝음과 따뜻함을 주기도 하는 정말 요긴하고 고마운 존재다. [중앙포토]

이곳의 땔나무는 참 소중하다. 장작으로 방을 데워주고 손님들 오시면 바비큐도 구워주고 쌀쌀한 밤 광이불요(光而不燿)의 밝음과 따뜻함을 주기도 하는 정말 요긴하고 고마운 존재다. 점점 아침저녁으로 날이 차가워지니 난로가 그리워지고 야외 행사에도 화톳불이 있어야 한다. 이래저래 땔 나무가 필요한 계절이 됐다.

사방이 산이요, 온천지가 나무인데 무슨 걱정이냐 하겠지만 산에서 나무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자르기도, 운반하기도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 요즈음엔 난로용 장작만큼은 사서 쓴다. 뭣 눈엔 뭣만 보인다고, 죽은 나무, 떠내려온 나무, 벼락 맞은 나무 온갖 나무를 보면 아까워 엔진톱을 메고 많이 다녔다. 하지만 고생보다 소득은 조금에다 발까지 다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차라리 참나무 장작 한 차씩 사서 쓰는 편이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작 패기 4단계

나무 오는 날. [사진 권대욱]

나무 오는 날. [사진 권대욱]

오늘도 장작을 한 차 주문했다. 장작 반, 30cm 규격으로 자른 통나무 반이다. 산에서 가져온 나무는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빠개서 장작을 만든다. 통나무만이면 불붙이기 어렵고, 장작만이면 오래 가지 못한다. 장작으로 불 지피고 불이 왕성해지면 통나무를 넣는다. 그래야 오래간다.

전기톱으로 자르고 도끼질도 하며 장작을 만드는데, 이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통나무 큰놈을 지면에 확실히 고정한다. 큰 도끼를 통나무 중심부에 힘껏 박아 넣은 다음 오 해머로 도끼 머리를 연속 강타한다. 한 번에 쪼개지면 다행이고 아니면 지렛대로 틈을 벌려 핀란드 도끼로 마무리한다. 이 순서를 반복하다 보면 장작이 쌓이고 행복도 덩달아 쌓인다.

운동량이 엄청나다. 허리, 어깨, 팔목은 물론 하체에도 힘이 들어간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느낀다. 내가 살아 있음을, 몸과 맘이 둘이 아님을. 나무를 자르고 옮기고 쌓는 뿌듯함은 말도 못 한다. 그 만족을 알기에 그날을 기다린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장비를 준비하고 날을 잡아야겠다. 그날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산막이고 그래서 스쿨이다.

운반차가 정리까진 해주지 않으니 부려놓은 장작은 집 주위로 예쁘게 쌓는다. [사진 권대욱]

운반차가 정리까진 해주지 않으니 부려놓은 장작은 집 주위로 예쁘게 쌓는다. [사진 권대욱]

나무 운반하고 나르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운반차가 정리까진 안 해주니 부려놓은 장작은 집 주위로 예쁘게 쌓는다. 산촌의 정취가 있고 보기에도 좋으니 일종의 ‘실외 장식’인 셈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쉬엄쉬엄하지마는 이럴 때 누가 도와주면 좋겠다 싶어 밥과 술, 고기와 잠자리를 미끼로 운동 삼아 장작 나를 손님을 몇 모신다. 그리하여 그 날은 나무 데이. 날 맞추어 장작 한 차를 주문한다. 중요한 겨울 채비다. 눈 오는 한겨울, 장작 난로 타는 소리, 밤이며 고구마 타는 냄새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화롭고 안온하며 따뜻하다. 하지만 준비 없이 이뤄지는 평화와 안온은 없다. 이 또한 산막이 주는 교훈이다.

장작으로 쓰는 나무는 참나무가 좋다. 연기가 적고 오래 타고 화력도 좋다. 소나무나 잣나무는 송진이 많아 연통이 잘 막히고 밤나무 등 잡목은 가스가 위험해 야외용으로만 쓴다. 옆 산에서는 벌목이 한창이고 나무들이 베어지고 잘려 실려 나간다. 한 차 얻어 두고두고 쌓아놓고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두 차를 주문했다.

10t 트럭으로 두 차면 서너 해를 또 땔 것이다. 자르기도 힘들어 산판 아저씨께 40cm로 잘라 달라고 했다. 내가 하면 일주일 걸릴 일이 그분들 둘이면 한나절 감이니 나는 필요할 때마다 한 리어카씩 날라 쓰면 될 것이다. 계곡 공사로 베어진 잡목들은 다음 기회에 정리해야겠다.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노동

나무를 정리하는 시간. [사진 권대욱]

나무를 정리하는 시간. [사진 권대욱]

밭 한가운데 야적돼 썩어가는 참나무들을 데크 옆 공간으로 운반하고 쌓고 하는 것이 단순작업이지만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상·하차 수단은 손이고 운반수단은 리어카다. 요령이 필요하다. 뱃심을 꽉 주고 밀착해서 순간적 힘을 발휘해야 한다. 무거운 통나무를 실을 때는 리어카를 앞으로 숙이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야 한다. 쉬엄쉬엄하다 보면 한나절이 금세 간다.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쌓여가는 통나무 더미를 보면 마음이 흡족하다. 이렇듯 나에게 노동하는 시간은 내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살아 행복하므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노라는 강렬한 의욕과 힘을 느끼는 시간이다. 그래서 산막은 나에게 삶의 재충전 장이자 배움터요, 걸림 없고 탁 트인 자유를 느끼는 무애(無碍)의 공간이다.

내가 애초부터 나무하고 장작 패던 사람이 아닌지라 꽤 자주 운두령 사는 동생(운두령 산장 권대선)이 도끼질에 능숙지 못한 귀농생활 초심자들을 위해 만들어 올리는 영상의 도움을 받는다. 나무하고 장작 패는 것뿐 아니라 공구 고르는 법, 다루는 법 등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니 산골생활이 얼마나 수월한지 모르겠다.

장작 만들기. 몸을 움직이자. [사진 권대욱]

장작 만들기. 몸을 움직이자. [사진 권대욱]

때로 몸을 움직거려 무언가를 하는 것은 정말 좋은 습관이다. 몸과 마음은 절대 따로가 아니다. 때론 몸이 마음을, 때론 마음이 몸을 지배하기도 한다. 노동은 신성하다. 운동과는 또 다른 그 무엇을 준다. 정신 노동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육체노동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왜? 라 하지 마시고 한번 해보시라. 정신이 순화되고 마음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 내가 살아있을 가치, 내가 진정 살아있음을 느낀다. 귀한 장작이 쌓인다. 오늘은 장작 만들기 행복 만들기 쐐기의 힘의 힘을 받는다.

권대욱 ㈜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otwkwon@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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