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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력 필요한데…” 원내대표 선거 앞둔 권성동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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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자유한국당이 ‘권성동 딜레마’에 빠졌다. 당 일각에서 권성동 의원 출마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위해 손봐야 하는 '당원권 규정'이 워낙 예민한 문제라서다. 한국당은 한 달 안에 새 원내대표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 임기는 다음 달 11일까지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김학용ㆍ강석호ㆍ김영우(비박) 의원, 유기준(친박) 의원, 나경원(중립) 의원 등이다.

당 일각에서 권성동 의원을 후보군으로 거론하는 이유는 “거론되는 후보군의 대여투쟁력이 아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 의원이 출마하려면 당원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는 지인 채용 등을 위해 강원랜드에 압력을 넣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됐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당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없고 선출직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권 의원은 “의원들 몇몇이 선거에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 나설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 된 '기소→당원권 정지' 규정

2004년 한나라당 당원대표자대회. [중앙포토]

2004년 한나라당 당원대표자대회. [중앙포토]

권 의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일각에서는 ‘기소 시 자동 당원권 정지’ 조항이 너무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이 조항은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만들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형이 확정됐을 때 당원권을 정지하는 것에 비해 엄격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민주당은 정치탄압 등 이유가 있을 때는 형이 확정됐을 때도 징계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마련해뒀다.

한국당에서는 비대위 구성 직후인 지난 8월부터 “당원권 규정이 가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야당 입장에서는 이 조항이 청와대와 검찰에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혁신의 후퇴’라는 외부 비판에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원내대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적 이해득실'이라는 변수도 추가됐다. 현재 한국당에서 당원권이 정지된 의원은 9명이다. 권성동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8명(김재원, 엄용수, 염동열, 원유철, 이우현, 최경환, 홍문종)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당원권 규정을 완화하면 권성동 의원이 선거에 나갈 수 있지만, 동시에 친박계 의원 상당수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 당내 세력별로 셈법이 복잡하다. 지난 15일 한국당 비대위회의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막자”며 당원권 규정 완화를 요청한 박덕흠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규정 바꾸면 정치적 해석 낳아 '딜레마'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회의 직후 당원권 규정 완화에 대해 "율리위 얘기를 들어보겠다"며 원론적 답변만 했다. 임현동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회의 직후 당원권 규정 완화에 대해 "율리위 얘기를 들어보겠다"며 원론적 답변만 했다. 임현동 기자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규정 완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15일 비대위 회의 직후, 당원권 규정 완화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다음 주에 윤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취했다. 당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 직전에 당헌ㆍ당규를 손보면 ‘비대위가 누구 밀어준다’ 소리 나오기 딱 좋다. 정치적 부담이 커서 선거 전에 규정이 바뀔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당원권 정지 규정 완화에 대한 당내 초ㆍ재선 의원들 의견도 제각각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친박’ 대 ‘비박’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계파색이 옅은 초ㆍ재선의 표심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자동 정지 규정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데는 의원들 대다수가 공감한다”면서도 “각자 바라는 게 다른데 선거 직전에 룰이 바뀌면 또 다른 논란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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