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70만명이 학살된 캄보디아 ‘킬링필드’ 과정에서 대규모 인종청소가 자행됐음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붕괴한 지 40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16일(현지시간) 크메르 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 전범재판소(ECCC)는 크메르루주 정권 2인자인 누온 체아(92) 전 공산당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87) 전 국가주석에 각각 법정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1975년~1979년 크메르루주 정권 시절 캄보디아 내 베트남 소수 민족에 저지른 대량학살과 반인류 범죄 등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아울러 당시 정권 1인자 폴 포트의 오른팔로 불렸던 2인자 체아에게는 같은 기간 이슬람 소수민족인 참족을 상대로한 대량학살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인종청소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킬링필드’는 캄보디아 내전 당시 크메르루주 정권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를 지칭하는 단어다.
1975년 론놀 장군의 군사정권을 무너뜨린 폴 포트는 ‘노동자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 아래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사회실험을 감행한다.
수도 프놈펜의 주민 200만~250만명은 이주 통보를 받은 후 3일 만에 모두 쫓겨나 시골농장에서 집단생활해야 했고, 화폐 사용 금지, 은행 강제 폐업 등 자본주의의 상징은 철저히 금지된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외국어를 쓰는 사람이나 안경 쓴 사람, 손이 부드러운 사람까지 모두 ‘교육 받은 사람’이나 ‘부르주아’로 간주하고, 잔혹한 고문 끝에 처형했다.
1975년~1979년까지 실시된 이른바 ‘킬링필드’ 학살로 최소 170만 명에 이르는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됐다.
이후 크메르루주는 훈센 현 총리가 이끄는 반군과 베트남군에 의해 축출됐지만, 폴 포트는 밀림에 몸을 숨긴 채 20여년 간 저항하다 1998년 사망했다.
ECCC는 그가 죽고 8년 후인 2006년 출범한다.
여전히 생존해 있는 체아와 삼판은 2014년 양민 강제 이주와 론놀 전 정권의 군인 처형 등 반인류와 관련해 유죄판결과 함께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이 형은 2016년 확정됐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