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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누이 좋고 매부 좋고…"여 축소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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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은 중간평가를 조기에 국민투표로 받겠다는 방침을 굳혀는 놓았으나 고민이 많다.
기왕에 결심을 했으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기자니 눈치볼 것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야당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신경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당지도부는 중간평가가 신임투표로 가면 결국 안정 지향표가 우세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막상 야전에서 싸워야할 지구당위원장들이나 당원들의 분석은 간단치가 않다.
지난주 호남지구원외위원장모임에서는 당지도부가 너무 안이한 분석을 하고있다는 경고들이 쏟아졌는데 신임투표가 돼 여야가 정면대결 하면 호남에서는 제2의 광주사태가 나거나 「민란」과 같은 극도의 혼란상황이 나타날 것이라는게 중론이었다.
비호남지역 출신들도 대개 화염병공격을 한 두차례 받을 각오들이고 전국 어느 곳 민정당 당사 치고 성한게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중간평가를 치를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고 골치를 싸매고 있다.
때문에 민정당은 국민투표에서 야당의 전의도 누그러뜨리고 국민들도 쉽게 가표를 던질 수 있도록 평가내용을 무난한 것으로 만드는 방법에 골몰하고 있다. 중간평가에 물을 타서 중간평가의 의미를 축소시키자는 작전이다.
이런 조건들을 다 맞추려다 보니 중간평가라는 물건이 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여론조사 같은 성격이 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정당 안에서는 벌써부터『그런 식의 중간평가라면 구태여 애쓰고 받을 필요가 뭐 있느냐』고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판이다.
사실 처음부터 중간평가에 대해 노 대통령이나 그 주변이 소극적이었던데 비해 민정당이 적극적으로 신임투표로 몰아간데는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다.
여소야대 국회의 당사자로 매번 당해야하는 설움에다 이런 식으로 끌려가다가는 차기집권은 고사하고 당이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겹쳐 현상변화에 대한 욕구가 여권 내부에서 가장 강했다.
민정당의 박준규 대표 등이『중간평가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평가로 보아야한다』는 언급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최근의 정국분위기는 여권내부에서 민정당의 목소리를 높게 만들었다.
야당의 일방적인, 주도로 특위정국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태이고 잇달은 폭력시위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고 있는 데다 야당과 여론으로부터 중간평가에 대한 요구압력이 높아짐으로써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이런 분위기 때문에 강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어 조기실시 목으로 방향은 굳혔으나 야3당이 여당의 조기돌파에 맞서 불신임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나서자 주춤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민정당 내부에서는 그 동안의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국민투표에서 최소한 60%는 무난하다는 낙관론이 대세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각 당이 지역을 분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3당이 정색을 하고 불신임 운동에 나설 경우 예측 못할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투표를 하더라도 야당과 정면대결은 피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세운 것 같다.
중간평가에 의한 4당 체제 변경을 강력히 주장해온 박 대표가 요즘은 『중간평가는 국민과 노 대통령의 관계일 뿐이지 3김씨와는 무관하다』며「야권동반평가」주장을 철회한 것도 공연히 3김씨를 위협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평가내용도 신임여부를 직접 묻거나 정계개편이니, 개헌 또는 국회해산 등의 자극적인 내용 없이 야당도 구태여 반대할 명분이 없는 민주화실적이나 약속 등으로「단위」를 낮추고 시기도 꼭 4월초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상반기 중에 실시하면 된다는 식으로 여유 있게 잡아놓고 있다.
심지어 현 수준에서 특위를 마감키 위한 방편으로 조기 중간평가를 결심한 마당에 『야당이 5공 청산이 미흡하다고 한다면 좀더 성의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에 중간평가를 「방관」할 수 있는 명분도 주면서 다수 표를 얻기 위해서는 전씨의 국회증언이나 몇몇 핵심인사의 추가 구속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야당눈치만 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여권내부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정당 내에서는 이런 유약한 자세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또 과연 체제의 골간이 되는 경찰·공무원·군 등이 과거 투표 때와 같이 충성을 바칠 것인지도 문제이며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 인가도 걱정하여야만 한다.
따라서 중간평가를 수월하게 넘기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꼭 필요한 것이다.
민정당 측은 야당의 요구사항들을 들어주면서 다른 한편으론 만약 중간평가가 여야의 사활을 건 신임투표양상이 되면 결과적으로 3김씨에게도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넌지시 띄우고 있다. 국민투표에서 야권이 패배하면 당연히 3김에게 화살이 돌아가고 대통령선거 이후 나타났던 3김 퇴진 요구가 세대교체론과 함께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야권이 적당한 명분을 얻어 중간평가를 「노태우의 행사」로 방관할 수 있게 되면 노 정부나 민정당은 선거 치르기 쉽고, 3김씨는 책임질 일없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형식적 절차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논리다.
중간평가문제와 관련해 민정당이 좌경폭력세력의 위협을 거론하여 그 필요성을 역설하는 점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부에서는 중간평가 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일련의 조치들이 취해질 것이며 이와 함께 자연스런 정계재편이 따를 것이라는 추측도 하고 있다.
아직 야3당총재회담과 청와대영수회담을 남겨 놓고있고 여야간 타협을 위해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여야 모두 중간평가라는 단일궤도 외에서 정면충돌하는 사태는 피하고 싶은 만큼 타협이 이뤄질 소지가 상당히 높은 것 같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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