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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방한으로 「반미감정」부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조지·부시」미국대통령의 한국 등 아시아 3개국 순방에 따른 부작용이 미 여론에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그의 서울방문은 결과적으로 최근한국의 반미감정과 시장폐쇄에 대한 미 관심을 집중 부각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양국정부관계자들의 입맛을 씁쓸하게 하고있다.
27일 저녁 워싱턴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내린「부시」는 귀국성명을 통해 여행이 『생산적이고 가치가 있었다』고 자평 했다.『물론 시장개방, 민주화, 인권, 결속실천방안 등에 아직 견해차와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이 남아있다』고 말한 그는『그러나 공동의 광장은 발견됐다』고 했다.
그러나「부시」의 이 같은 긍정적 평가와 상관없이 미 언론에 투영되고 있는 서울 방문은 현재 양국이 경험하고 있는 대립적 상황 쪽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예를 들어 27일 「부시」의 아시아방문 마무리를 톱뉴스로 다룬 CBS텔레비전 저녁뉴스는 반미플래카드와 최루탄 연기로 얼룩진 서울의 풍경을 소개,『매일 발생하는 데모에서 미국이 자주 데모의 목표가 되고있다』고 반미양태를 돌출 시켰고 ABC텔레비전은 주한미대사관이 서울 정부를 조종하고 있으며 미국이 한국의 통일을 저해하고있다는 데모학생 주장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무역마찰에 관한 감정과 내셔널리즘의 고조 속에서는 선의가 왜곡되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부시」방문에 대한 한국의 반응이 증명해 주었다』고「배신감」을 표명했다.
이 신문은 『만약「부시」가 일본·중국만 방문할 경우에는 한국이 홀대받는 것으로 생각할 것을 우려해 미측이 서울 경유를 추가했다』고 말하고 『그러나 서울의 언론매체들은 「미 대통령의 사상최단방문」이라고 계속 꼬집고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공산주의 중국에서 「부시」가 우호적인 북경군중과 섞이고, 바비큐를 주재하고, 푸근한 귀환을 축하했다』고 표현하고 반면 『우방 한국에서 「부시」가 국회연설을 통해 시장개방에 대해 강연하고, 헬리콥터로 이동하고, 신변안전 때문에 서울수재 미국인을 대사관에서 만났다.』고 대조했다.
따라서 이번 방문은 한국과 미국사이에 가로놓여있는 심연을 메우기보다는 이를 더욱 드러내는데 기여한 폭이라고 「어느 한국정치인」의 말을 인용했다.
이 같은 여론의 투영과 달리 미 백악관은 「부시」가 비록 짧았던 서울 체류에도 불구,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조성하고 미군 계속 주둔 등 대한 안보공약을 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한 관리가 말했다. 특히 「부시」행정부가 드러내 놓고 얘기하지 않는 이번 방문, 특히 서울체류성과의 하나는 외국시장폐쇄에 대한 그의 맹렬한 비난이 미국청중에 미치는 정치적 효과일 것이다.
그의 국회연설 중 한국시장개방요구 대목은 우방국에 대한 미대통령 발언 중 유례가 드물게 무자비한 발언이다. 그는 한국에 대해 보호주의 무역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면서 이를 「바보의 황금」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국제무역에 대한 장벽은 어떤 것보다도 급속히 한국 경제성장의 엔진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개방과 성장의 양자택일을 경고했다.
미측 시각에서 볼 때 최근의 한미통상에 무역불균형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미무역적자의 규모로 보아 한국의 6배에 이르는 일본을 비롯, 대만 등과 비교할 때 한국이 이번 같은 정상외교차원에서까지 맹공을 혼자 당해야 하느냐 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번 「부시」의 방한은 어느 쪽에서 원해서 이루어진 것이냐는 문제를 떠나 소위 정상외교가 성사되어 실제 파생되는 효과에 대한 재음미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한국정부로서는 새로운 미국정부로부터 미군의 계속 주둔, 노 대통령의 북방정책에 대한지지 등을 확인함으로써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을지 모르나 국민감정, 통상현안 해결 등 실질적 차원에 미칠 영향과 부작용은 최소한 미 여론에 일고있는 여파로 미루어 볼 때 우려할만한 일로 보인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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