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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 관제 남아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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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1운동이후 70년 동안 역사의 변화는 컸다. 일제하의 우리를 짓눌렀던 일본의 소화체제는 막을 내렸고, 우리는 독립 후 많은 국가적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3·1운동에서 과시됐던 국민적 단합과 민족적 통일은 아직껏 우리의 큰 과제로 남아있다. 분단 된지 44년이 되지만 통일의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고 국민적 분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자주·민주·민중·통일의 3·1정신 가운데 지금 단결·통일의 정신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그 같은 우리의 상황 때문이다.
기미년 오늘엔 반상·직분과 종교의 구별 없이 온 겨레가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하나로 뭉쳤다. 오늘 같은 지역적 대립이나 이념적 갈등이 없었다. 세대간 격차나 계층상의 위화감도 없었다. 계급과 신교를 초월한 민족의 대동단결이었다.
당시의 민족적 단합은 해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에서, 노령과 미주에서, 그리고 적지 일본에서도 우리 겨레는 하나가 되어 독립만세를 외쳤다.
3·1절 70주년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세대에 부하된 것은 3·1정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고 민족 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의 실천적 과제의 수행이다.
첫째는 민족의 단합과 통일이다. 우리는 지역·계층·세대로 나뉘어 싸울 여유가 없다. 선진국들은 우리에게 압력을 가중시켜 오고, 후진국들은 빠른 속도로 우리를 뒤따라오고 있다. 우선 내적인 단결을 이룩하고 그 힘으로 외부의 도전에 맞서 나가야 한다. 이런 전제 위에서만 통일도 가능하다.
둘째는 자주성의 확립이다. 우리의 주변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일본과의 관계가 전처럼 순조롭지만은 않다. 중국·소련과의 관계는 크게 개선됐다. 국가간의 관계란 항상 국익을 둘러싼 경쟁과 대립의 관계다. 이 철칙을 잠시도 잊어선 안 된다. 세계의 4강 사이에 끼여있는 우리는 스스로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고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는 주체여야 한다.
셋째는 민주주의정신이다. 3·1운동에서 우리 민족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국가건설을 목표로 제시했다. 해방이후 이 민주화가 안돼 막대한 시간과 정력을 낭비했다. 이제 민주화가 시작됐다. 소집단의 과잉욕구를 억제하면서 착실한 민주화를 이룩하고 그 힘을 북으로 확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는 민중참여의 제도화다. 3·1운동은 우리 역사상 최초로 민중이 주체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최대의 민족운동이다. 민중의 참여 없이 역사는 발전하지 못한다. 그러나 민중의 개념이 오도돼서는 안 된다. 단일 민족을 민중과 비민중으로 갈라 갈등을 부추긴다면 오히려 반민중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소수의 개혁주의 엘리트가 민중의 동의 없이 민중의 대표자로 군림해서는 안 된다. 참된 민중은 민족발전에 동참하는 모든 국민을 포괄한다. 이제 우리는 이런 참된 민중의 참여가 보장되는 사회를 건설해나가야 한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사에 찬란히 빛나는 일장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미완의 장이다. 그때의 주역들은 가고 없다. 살아있는 지금의 우리 세대가 통일·자주·민주·민중의 3·1 정신을 이 땅에 실현할 때 3·1 운동은 드디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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