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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모면한 졸업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25일 오후1시30분, 서울대 도서관 앞 광장.
『총학생회와 졸업식을』, 『총학생 회장을 연단으로』
아침부터 내린 비로 졸업가운과 학사모에 우산을 받쳐든 채 3백여명의 졸업생들이 「졸업생 한마당」행사를 갖고 있었다.
이들 졸업생들은 그동안 학교측에 의해 마련되는 졸업식 행사에 학생들도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졸업식순에 학생회장 인사말 등을 추가시켜줄 것을 요구하다 학교측이 이를 거부하자 오후 2시의 졸업식에 앞서 따로 자체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학생들의 소란으로 벌써 3년간 부끄러운 졸업식이 계속됐습니다. 이번 졸업식도 제대로 치러지기는 어렵겠군요』
『이런 모습을 보려고 졸업식장에 온게 아닌데…』
『지성인들답게 스승과 제자가 한데 어우러져 석별의정을 나눌 수는 없는 가요』
교수와 학부모들은 서울대의 「자랑스런 졸업식」이 이들 일부 졸업생들의 소란으로「얼룩진 졸업식이 되지 않을까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오후2시 장엄한 주악 소리에 맞춰 교수단 행렬이 단상을 향해 걸어가고 3백여명의 졸업생들이『5공 원흉 처벌』, 『총학생회와 졸업식을』등의 구호를 외치며 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감돌았던 팽팽한 긴장은 식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3년간 졸업직장을 얼룩지게 했던 야유·운동가요·의자 돌려 앉기·집단 퇴장 소동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들의 주장을 별도의 집회를 통해 드러낸 이상 많은 교수와 학부모들이 흐뭇하게 지켜보는 졸업식을 망칠 수는 없었습니다』
「반쪽 졸업시」을 겨우 모면한 졸업식장은 오랜만에 교수와 학생·학부모의 흐뭇한 마음이 오가는 분위기였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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