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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보다 먼저 개교 … 99년 첫 여생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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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2일 개교 60주년 기념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진해=송봉근 기자

'충무공의 후예'를 길러내는 해군사관학교가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해사는 1946년 고 손원일 제독이 경남 진해에 창설한 해군병학교가 모태다. 육군.공군 사관학교보다 이르다.

그동안 '진리를 구하자' '허위를 버리자' '희생하자'라는 교훈으로 무장된 해군 장교 7000여 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현재 영관급 이상 해군장교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해군의 산실이다.

개교기념일은 1월 17일이지만 60주년 행사는 '홈 커밍데이'를 겸해 2, 3일 이틀간 경남 진해의 교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해사 1기부터 1학년 생도인 64기에 이르기까지 동문과 가족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첫날에는 60주년 기념식을 시작으로 전사자 추모비 참배, '해사인의 밤' 등으로 이어졌다. 저녁에는 3000여 발의 축포가 진해 앞바다를 수놓았다. 동문들은 생도 기숙사인 '세병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3일 후배들과 아침을 먹고 해군기지와 함정을 둘러본다.

해사의 전신은 1893년 3월 22일 고종 황제가 강화도 갑곶진에 세운 통제영학당(統制營學堂)이다. 영국 해군 예비역 대위 윌리엄 콜웰과 예비역 부사관인 제임스 커티스 등이 군사학.항해학.포술학을 가르쳤으나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해사는 육군사관학교와 달리 통제영학당을 공식 기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해군병학교를 창설한 고 손원일 제독은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손정도 목사의 장남. 통제역 학당과 부친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아 세운 것이다.

1기생 113명 중 61명만 졸업할 정도로 초기에는 규율이 엄격했다. 한국전쟁 때 입학한 4~7기 생도 전원은 해상전투에 참전했다.

99년 57기생부터 여자 생도를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배출한 여군 간부는 70여 명. 이들은 항해와 보급.정훈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여자 생도는 2004년 이후 3년 연속 수석졸업을 했고, 특히 올해 임관한 강경(60기) 소위는 해사 역사상 처음으로 입학과 졸업 수석의 영예를 독차지했다.

54년 당시 4학년인 9기생 전원이 동남아 지역을 무대로 첫 원양 항해에 나섰다. 이후 70년대 미주, 90년대 유럽.아프리카 지역으로 항해 지역을 넓혔다. 92년에는 47기생이 2척의 구축함을 타고 130일간 세계일주를 했다. 당시 순항분대를 이끌었던 사령관이 지금의 윤광웅(당시 소장) 국방부 장관이었다.

신세대 생도들의 생활도 크게 변했다. 올해 말 완공되는 새 생도사의 각 방 정원은 2명. 외출.외박 규정도 완화돼 4학년은 주말과 매주 수요일 저녁 외출할 수 있다. 모든 생도는 졸업 때까지 토익 600점을 넘어야 한다.

여자 생도가 들어온 이후엔 요리반과 꽃꽂이반, 에어로빅반도 만들어지는 등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95년 해사교육진흥재단이 설립돼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 등 생도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35억원이 모였으며 올해 말까지 50억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800명을 수용할 새 생도사의 올해 말 준공을 시작으로 박물관, 잔디 연병장(4200평), 해양스포츠 센터, 종합복지관 등이 2011년까지 들어선다.

진해=김상진 기자<daed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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