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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혜 실장 등 북한 대표단 2명 돌연 방한 취소,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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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의 북측 대표단으로 참석키로 했던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이 14일 돌연 대표단 명단에서 빠졌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11일 오전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11일 오전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행사에 북측은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단장으로 7명의 대표단을 파견키로 했다. 그런데 대표단이 입국한 14일 김성혜 실장과 김춘순 조국통일연구원 연구사 등 2명이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당초 7명이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인천 공항에 올 예정이었다”며 “도착 직전 북측에서 김성혜 실장등 2명이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표단중 2명을 제외한 5명은 예정대로 입국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어서 행사체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지난 12일 방한 허가를 요청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 7명에 대한 방남을 승인했다.

대남, 북·미 협상의 실무 책임자급인 김성혜 실장의 방한은 지난 8일 예정됐던 북미 접촉이 연기되고, 도로 연결을 위한 회담이 합의를 하지 못하는 등 남북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예정됐던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김춘순 역시 조국통일연구원 직책을 사용하긴 했지만 통일전선부의 핵심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단장인 이종혁 위원장보다 더욱 관심을 끌었던 이유다.

두 사람이 방한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측의 자체 사정상”이라는 행사 관계자의 설명이 전부다. 이들의 방한 취소 이유가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상황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속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밀착수행하는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붉은원)이 지난 2월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동 중 수행하는 모습. 김 서기국 부장은 북한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대남통'이다. [연합뉴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밀착수행하는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붉은원)이 지난 2월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동 중 수행하는 모습. 김 서기국 부장은 북한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대남통'이다. [연합뉴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직후 미국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북한도 나름 이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하는데, 김성혜와 김춘순이 자리를 뜨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측의 지나친 관심 차단 또는 남측 정부에 대한 불만일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성혜가 실세라는 평가에 나오면서 행사보다는 그가 방한기간 누굴 만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자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통일부가 남측 대표단의 고려항공 이용을 불허하고, 미국의 대북제재로 인한 경협 속도가 더디자 행사는 참석하되 급을 조정하는 차원아니겠냐”고 분석했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견제의 눈길을 보내는 미국을 의식했거나, 갑자기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와 관련한 업무가 생겨 자리를 뜰 수 없게 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김성혜는 지난달 몽골에서 일본 정보당국의 수장격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내각정보관과 접촉하려다 취소했다고 일본의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북한과 일본이 정보라인을 가동해 관계 정상화등의 문제를 논의기 위해 일본측에선 약속장소인 울란바토르로 갔지만 김 실장이 나타나지 않아 불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 9일 울란타토르에서 만나 극비회담을 했다고 일본 FNN이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전했다.

일본 당국이 공식 부인하지 않은 점을 볼 때 김 실장은 지난 8일 예정됐던 북ㆍ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몽골로 향해 북ㆍ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협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또는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대표단 5명은 이날 오후 7시 40분 중국 선양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부위원장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성혜는) 개인적 사정으로 못 오게 됐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남을 기대해도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두 수뇌분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용수·최모란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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