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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미세먼지 책임 추궁할 만큼 우리 실력 갖췄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은 위성과 항공기, 선박까지 동원해 미세먼지 오염도를 측정하는데, 중국에 오염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과연 기술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원영재 기후변화실천연대 대표

원영재 기후변화실천연대 대표

지난 2~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제24회 중국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를 참관한 원영재 기후변화실천연대 대표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한·중 양국의 현안인 미세먼지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대표는 "이번 중국의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에서 중국 전문가들은 위성과 항공기, 선박 등 최첨단 장비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오염도 변화와 오염물질 이동 경로 등을 밝힌 연구 결과를 속속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상황을 보면 우리의 과학기술이 중국을 압도하기 어렵고, 중국의 영향에 대한 국내 연구 결과도 들쭉날쭉해 설득력 있게 항의하지도 못한다"고 우려했다.

서울시 맑은하늘 시민운동본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원 대표는 중국 난징에 있는 둥난(東南)대학에서 환경·에너지 공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환경전문가이자 중국통이기도 하다.

지난 2~4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제24회 중국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 [사진 원영재]

지난 2~4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제24회 중국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 [사진 원영재]

참석한 행사는 어떤 행사인가.

"중국 환경과학학회 대기환경 분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칭다오 시내 중심의 칭다오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중국 환경과학연구원과 베이징대·칭화대 전문가·기업인·학생 등 1000여명이 모였을 정도로 대규모 행사였다. 한·중·일 대기환경학회 회장단 회의도 함께 열렸다." =

어떤 연구 결과가 주로 발표됐나.

"위성과 선박을 이용해 실시간 대기오염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또, 도시와 생활주변, 공업지역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오염도를 오염배출원 상공에서 측정하고 예측하는 기술도 선을 보였다. 중국의 대기 오염 배출 추세에 대한 보고도 있었다."=

제24회 중국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 발표 장면 [사진 원영재]

제24회 중국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 발표 장면 [사진 원영재]

중국의 오염물질은 줄어들고 있는가.

"중국 정부는 이번 대회를 대기 질 개선 성과를 알리는 장으로 활용했다. 중국 전체의 대기오염 배출 총량은 2013~2017년 사이 아황산가스는 59% 줄어들었고, 질소산화물은 20%, 초미세먼지(PM2.5)는 29%, 미세먼지(PM10) 22.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수도권인 지진지(京津冀)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39.6%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징진지는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허베이 성(옛 이름 지저우(冀州))까지를 포함한 중국의 수도권을 말한다.

제24회 중국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 발표 내용. 개선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는 내용이다. [사진 원영재]

제24회 중국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 발표 내용. 개선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는 내용이다. [사진 원영재]

중국의 오염물질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없었나.

"중국의 미세먼지가 주변국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발표는 없었다. 오염 개선 성과를 자축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오염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엄청난 투자로 최첨단 위성 장비까지 보유한 중국을 상대로 과연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싸움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중국만 탓한다고 중국 측이 항의하면, 더는 주장을 강하게 펴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중국을 탓하는 국내 연구 결과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은.

"미세먼지의 최대 발생지가 중국이고, 그 피해를 우리가 보고 있다며 한국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이 연일 발표하고 비난하지만, 중국은 어느 곳에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연구자에 따라 중국의 영향이 30~70%까지 다양한데, 기후조건이나 시간·계절·장비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적어도 국가 차원의 발표에서는 종합적이고 근거 있는 통일된 발표가 필요하다."

제24회 중국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 발표 장면 [사진 원영재]

제24회 중국 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 발표 장면 [사진 원영재]

중국 측은 민감한 자료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는데.

"중국은 어느 장소, 어떤 회의든 공개된 장소에 진행되는 회의에서 이뤄지는 연구 결과 발표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만 끝맺음한다. 국제 관계에 문제가 예상되거나 국익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민감한 것에 대해서는 조심하고 꺼리고, 혹은 공적 기관에서 절대 발표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 한·중 협력 방안은.

"외교 담당자나 환경 분야 실무자의 잦은 교체로 인해 한·중 관계의 연속성과 지속성이 결여된 게 문제다. 각 기관은 성과 위주와 전시성 행정으로 중복성 있는 투자, 속이 보이는 '꽌시(관계)' 구축은 실효성이 없다. 일부 전문 분야에서는 정부 주도보다는 현지를 잘 아는 민간 전문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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