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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맞고 4명 사망했는데…야구단 응원나선 박남춘 인천시장

중앙일보

입력

인천에서 두 달 사이에 4명이 주사를 맞고 사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사를 맞은 초등학생이 사망 사실이 알려진 지난 12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를 공짜로 관람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초등생 사망 알려진 12일 박시장 SK야구단 응원나서 #공짜표로 관람 후 SNS에 '우승' 소식 알리기도 #인천시 "구단 요청으로 관람, 푯값은 구단에 전달" #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SK 대 두산 경기를 비서 2명과 함께 관람했다.
입장권 2만5000장이 순식간에 매진돼 야구팬들도 표를 구하느라 발을 구른 경기였다.
그러나 6~7회쯤 서울 잠실구장에 도착한 박 시장은 좌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3대 3으로 팽팽히 맞서던 시기다.
박 시장은 경기 종료 뒤에는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그라운드에 내려가 트레이 힐만 SK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는 현장에도 합류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SNS에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의 우승을 축하하며 올린 글. 이 날은 주사를 맞은 초등생이 사망 사실이 알려져 인천시가 대책 마련에 나선 날이다. [자료 박남춘 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박남춘 인천시장이 SNS에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의 우승을 축하하며 올린 글. 이 날은 주사를 맞은 초등생이 사망 사실이 알려져 인천시가 대책 마련에 나선 날이다. [자료 박남춘 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문제는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열린 날이 인천에서 초등학생 1명이 주사를 맞고 숨진 사실이 알려진 날이라는 것이다.
두 달 사이에 인천에서만 4명이 주사를 맞고 사망하면서 인천시가 발칵 뒤집혔다. 인천시 보건복지국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SK가 인천 연고지 구단이라고 해도 박 시장이 지역 현안을 뒤로하고 인천이 아닌 서울 잠실구장까지 간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시장은 SK 와이번스를 응원하고 승리에 환호하는 사진 등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SNS에 "13회까지의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인천 SK와이번스가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남춘 인천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여기에 박 시장이 초대권으로 야구장에 입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5만원 이상 초대권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박 시장이 앉은 자리는 3루 측 블루 지정석으로 입장권 가격이 1장당 6만원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평창동계올림픽 때에도 후원기업이 5만원을 초과하는 입장권을 관계기관이나 기관장에 일정 수량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인천시는 박 시장이 SK 와이번스 구단 측의 요청으로 급하게 야구장을 방문했다고 해명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당일 오후 복지국장 등과 주사 사고 관련 내부 대책회의를 진행하는 등 기존 일정을 소화하다가 SK 구단에서 '우승할 것 같으니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잠실구장으로 갔다"며 "축하 꽃다발만 전달하려고 했는데 경기가 진행 중이라 구단이 확보한 좌석에 앉았고 박 시장의 개인 돈으로 푯값 18만원을 비서에게 주면서 구단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를 관람하는 중에도 주사 사고에 대한 대응 방안을 챙기는 등 관리 대책도 철저하게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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