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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읽기] 암·영화관 … 그게 뭐예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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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미래 희망 콘서트
에릭 드 리에마탱 지음
최정은 옮김, 눈과마음
551쪽, 1만8000원

미래의 전망에는 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제네바와 파리에서 경제 전문 기자로 일한 지은이는 디스토피아는 일단 뒷전으로 민다. 그리고는 올해부터 금세기 마지막 해인 2100년까지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고 등장하는 혁신적 신기술의 유토피아를 소개한다.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현재의 과학.기술인들이 실현 가능성을 인정한 것만 골랐다.

두툼한 목록을 한 번 보자. 암이나 에이즈.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은 기본이다. 여기에 현재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신기술이 줄줄이 등장해 인간의 삶을 완전히 새로운 경지로 이끈다. 시각장애인은 2038년께 전자인식 GPS를 이용해 안전보행을 할 수 있고, 2068년에는 전자 눈으로 빛을 되찾는다. 자동운전 도우미와 전자고속도로, 음성인식 자동차 등을 이용해 스웨덴은 2052년 '교통사고 제로'에 도전한다. 그 결과 스웨덴 교통부 장관이 그 해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아쉽게 사라지는 것도 많다. 수소연료전지의 보급으로 2050년쯤에는 마지막 주유소가 문을 닫는다. 2069년에는 무한.무공해 에너지원인 수소를 연료로 쓰는 제트기가 시속 5000km로 하늘을 난다. 에너지 문제란 말은 역사책이나 박물관 설명문에서나 보게 된다. 큰소리치던 산유국의 운명은 너무 끔찍해서인지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는다. 2036년에는 마지막 영화관이 문을 닫는다. 홈시어터에 밀렸단다. 영화 '시네마 천국' 21세기 판이 제작된다면 이 눈물나는 장면이 반드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내장에 진동을 일으켜 상대방을 제압하는 비살상 파동 무기가 2043년 등장해 재래식 살상 무기를 대신한다. 신경 무기가 개발돼 군중 소요도 손쉽게 해결한다. 러시아의 칼라슈니코프가 개발한 AK-47 자동소총은 마침내 지구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체중을 확 줄일 수 있는 호르몬 조절기가 개발돼 지구가 가벼워지는 게 좋은 소식이다. '살찐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개그 코너가 있었는데, 정말 이런 연구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개발 예상 연도가 2059년 쯤이란다. 원참….

이제 마지막 장면이다. 2100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엑스포. 유전자 치료로 젊음을 되찾은 150세 남녀가 행사장을 돌며 다가올 22세기를 꿈꾼다. 21세기 한 세기 동안 그토록 많은 꿈을 이뤘건만 신기술을 고대하는 인류의 갈증은 멈추지 않는다. 아참, 이들이 1950년생이란 말을 잊었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옥에 티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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