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업 애로 끝장낸다는 산업부 장관의 약속 지켜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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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어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이 겪는 애로는 끝장을 본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정부와 재계가 힘을 모아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계의) 건의 사항들을 적극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제와 산업정책을 책임지는 산업부 장관이라면 당연히 할 만한 말이고 해야 할 발언이다. 소관 부처 장관의 이런 발언이 도드라져 보인다는 게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재계의 규제 개혁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주 박용만 상의 회장은 “취임 후 39차례나 규제 완화를 촉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기업인이나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규제 정도가 기본권 침해에 이른 느낌”이라는 말까지 했다. 상의 회장단은 어제도 파격적인 규제 개혁을 재차 요구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업종에 치우친 수출 편중화 개선, 제조업 활력 제고, 노동 현장 애로 해소 등을 건의했다.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엊그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는 분리할 수 없는 한 패키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의 3대 기조는 서로 충돌하고 배치되는 측면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사회 최약층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어 공정하지 않으며, 쏟아지는 공정경제 관련 입법은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려 혁신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경제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의 역효과를 방지하는 게 산업부 장관의 역할이다. 산업부 소관 규제만 보고 기업 애로를 끝장내겠다고 호언장담한 게 아니었기를 바란다. 거의 모든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기업 규제를 우선순위에 맞게, 또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그런 역할이야말로 성 장관이 어제 공언한 산업계의 ‘충실한 서포터’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