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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도「무 자녀 가정」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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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래가정은 여러 부부가 성생활은 물론 살림·자녀양육까지 공동으로 책임지는 협동 가족에서부터 비 혈연적 동거가족, 4대 이상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공존하며 한사람이 여러 형태의 가족형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므로 이를 받아들이는 보다 큰 법적·사회적 관용이 요구된다.
80년부터 건전 가정 정착10년 사업을 펼쳐온 한국 부인회(회장 박금정)는 그 마무리 작업으로 22일 오후 앰배서더호텔에서「미래 가족과 여성 심포지엄」을 열었다.
발제에 나선 이광규 교수(서울대 인류학)는「2000년대 가족 변천과 여성」을 통해『산업사회의 발달로 파괴돼 가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족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모성애』라고 주장하고『하나의 인격자로서 여성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일어난 외형적 가족의 변화는 △가족의 소인수화 △핵가족화 △가족의 고립화 현상.
즉 산업 사회에서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들의「완전 종속인구」기간이 길며 양육비·교육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현대 가족에서는 자녀를 많이 낳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 근년에는 아파트 등 주거환경의 제약으로 노인들의 핵가족이 크게 늘고있다.
가족의 기능 또한 경제적 기능에서 가족의 정서적 안정기능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으며 남편은 직장에만 전념하고 아내는 관공서 출입 등「집밖의 일」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
미래 가족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부부관계라는 것이 이 교수의 전망. 자발적인 무 자녀가정의 등장, 보다 보편화될 이혼과 재혼 및 그에 따른 새로운 친족관계 형성, 독신자 증가와 동거부부·계약 혼의 증가, 여러 쌍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협동가족의 등장, 인공수정·자궁대여에 의한 자녀탄생 등은 지금까지의 가족의 개념을 뒤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김태현 교수(계신여대 가정 관리학)는 우리 나라의 전통 가족은 연령과 성별에 따른 위계질서 사회로 남존여비 사상과 부자간의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지적, 현대 가족 또한 친족과의 유대관계가 약화되면서 △가족 불안정성 △가족적 이기주의 △자녀양육 및 청소년·여성·노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병숙 교수(한양대 가정관리학)는「일본가족의 특징과 미래」를 통해『앞으로 부부간에 대등성이 증가하고 여성의 지위도 향상돼 여성이 정책개선을 추구하는 주도자가 될 것』으로 전망. 또한 친족조직도 부계적 관계에서 벗어나 쌍계적 또는 모계적 관계로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안정의 기초는 가정」이란 취지에서 건전 가정 정착운동을 전개, △변천되어 가는 가족 △부부관계 △고부갈등 △가족 레크리에이션 △가족건강 등을 주제로 매년 한차례씩 심포지엄을 개최해왔던 한국 부인회는 이번 심포지엄으로 건전 가정 10년 사업을 마무리 짓는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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