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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과거 16만년동안 지구의 기후는 어떤 변화를 거듭해 왔을까. 불과 1백60년전의 기상도 감감할 것 같은데 1987년 소련과 프랑스의 기상 전문가들은 그것을 알아냈다. 남극 보스토크기지에서 2천m가 넘는 얼음기둥(빙주)을 분석해본 것이다.
그 결과 13만년전을 고비로 기온곡선은 계속 아래로만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2만년전부터는 기온이 급속히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기온 상승 커브선상에 놓여있다. 13만년전의 기온과 2만년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기온의 차이는 무려 12·3도나 벌어져 있다.
이 그래프에 나타난 특이한 현상은 기온곡선과 탄산가스곡선이 정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탄산가스가 많아지면서 기온이 오르기 시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기상전문가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현상도 있다. 장기예보가 자꾸 빗나간다는 것이다. 일본 중앙기상대의 경우83년 이전까지는 장기예보의 적중률이 70%이상이었다. 78년인가는 1백%의 적중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것이 84년에 접어들면서 틀리기 시작해 87년의 50%를 제외하고는 겨우 20%만이 맞고 나머지는 다 틀렸다.
그만큼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은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 7월엔 이런 일도 있었다. 세계 남북 비둘기 레이스가 유럽에서 열렸는데 약5천 마리 중 제대로 코스를 찾아온 비둘기는 고작 2백85마리였다. 나머지는 영국 남단에 떨어져 죽은 것으로 발견되었다.
비둘기는 지자기의 편각을 이용한 자기 풍으로 방향을 분간하는데, 작년엔 태양면 폭발로 자기 풍이 난조를 이루었다.
기상학자들은 이런 현상들을 놓고 종말적 양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런 주장들 가운데 하나는 천벌론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화학물질은 약8백만 종인데, 일상적으로 사용하고있는 것만 7만종이 넘는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합성유기물은 연1억5천t으로 40년 사이에 22배나 늘었다. 이런 화학물질은 자연의 섭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카타스트로피론. 지구의 난동현상은 자연의 균형을 깨뜨려 별의별 재난을 다 몰고 올 것이라는 얘기다. 우선 빙하가 녹으면 바다의 수면이 높아져 지구의 모양이 바뀐다.
우리나라의 지난 겨울은 기상관측이래 처음 보는 난동이었다고 한다. 겨울을 쉽게 넘겼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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