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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곶감이 주렁주렁, 대전 관저중학교 가을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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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이다.
깊어가는 가을만큼 쌓인 낙엽만 봐도 겨울은 그리 머지않다.

쫀득쫀득, 말랑말랑~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바로 그 맛.
호랑이도 무서워 꽁무니를 뺐다던 것.
맞다. 바로 곶감 얘기다.

시골 처마 밑이나 덕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라. 도시에 둥글고 짙은 황금색 곶감이 주렁주렁하다.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 비가 제법 내린 뒤 맑게 갠 9일 오후, 아파트로 둘러싸여 동서남북 눈 씻고 찾아봐도 감나무 한 그루 없는 도심 중학교에 마냥 끌렸다. 대전 관저중학교 운동장 조회대다. 풍경은 농가 처마 밑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대략 봐도 1000개 이상의 곶감이 가득 매달려 있다.

장명신 교장(60)을 만났다. 물어보니 무려 1300개란다.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은 학교는 학생 531명과 교직원 60여명을 포함해 600명. 다음 달 맛이 드는 곶감은 전교생이 나눠 먹고, 방문하는 학부모들도 시식한다고 한다.

감은 40여만원을 들여 경북 상주에서 사 왔다. 예산은 지난해 친환경 선도학교로 인증, 지원받은 돈으로 충당했다. 장 교장이 직접 심은 감나무에서 열린 감 몇 개도 포함됐다고 한다.

교장의 안내로 교실로 향했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을 깎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봄부터 농민들이 정성껏 키워 수확한 감을 곶감으로 만들기 위해 손놀림 또한 진지하다.

"여러분, 우리가 깎는 감이 곶감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햇볕과 통풍이 잘되는 처마 밑이나 건조장에 약 한 달 정도 매달아 숙성 건조해야 합니다.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여기에 있는 거죠. 수분이 증발하면서 감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은 배가 되고,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곶감이 된다는 말씀. 하하"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무운영부장 성상현(50) 교사의 말이다.

학생들은 매끈하게 다듬은 감을 곶감 건조장으로 멋지게 변신한 조회대 처마에 주렁주 매달며 활짝 웃었다. 1학년 이혜인 양은 생전 처음 깎은 곶감이 잘 익어서 2~3학년 언니 오빠들하고 함께 나눠 먹을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 가슴 설렌다고 말했다.

장명신 교장은 곶감을 만드는 학생들은 1학년으로 자유학기제 활동을 통해 대부분 난생처음 곶감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부임 첫해부터 곶감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장 교장은 올해로 4년째인데 학생들에게 먹는 즐거움에 앞서 협동 정신과 봉사 정신 함양은 물론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고, 자연이 선물로 준 겨울 별미를 시식할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학년 송인준 군은 이번에 처음 깎아 본 곶감을 친구와 선배는 물론 내방객들에게 선물 할 생각을 하니 보람 또한 배가 된다고 했다.

완성된 곶감 200개는 인근 노인정에 계시는 어르신들에게도 선물할 예정이란다.

사진·글=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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