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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내전 아사작전으로 치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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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뭄·홍수·메뚜기떼 등 자연재해로 오랫동안 기아에 허덕여 지구상의「저주받은 땅」으로 불려오던 아프리카 중동부의 수단이 6년째 계속되는 내전 때문에 굶주림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한햇 동안 26만명의 수단인이 기아로 숨졌고 현재도 3백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전쟁을 피하고 식량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현재 난민 수용소에서 주민들이 구할 수 있는 식량은 잡초·백합 순과 육류로는 지구상 어느 나라도 먹지 않는 쥐 뿐이다. 쥐 1마리가 25센트에 팔리고 있는 수용소에는 굶주림뿐만 아니라 결핵·성병·척추마비 등 영양실조로 발생된 각종 질병이 만연, 매일 죽어가는 사람의 숫자도 파악하기 어렵다.
수단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북부와 기독교 및 원시종교를 믿는 남부로 크게 나뉘어져 있으며 북부는 정부군이, 남부는 수단 인민해방군(SPLA) 이 각각 장악, 6년째 소모전을 계속하고 있다.

<결핵·성병 등 만연>
딩카족을 중심으로 한 남부 SPLA가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북부이슬람 세력에 무력저항을 시작한 것은 지난 55년 남부의 독립을 요구하면서 부터다. 72년 자치를 인정받아 내전이 한때 종식되었으나 83년 「누메이리」대통령이 수단남부를 3개 주로 분할하고 회교율법을 전국적으로 확대실시하자 내전이 재개되었다.
SPLA는 정치·경제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북부 아랍민족에 대항, 남부 3개주의 완전 독립, 회교 율법의 폐지, 경제 불평등의 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내전의 근본원인은 혹인 중심의 남부지역이 북부 아랍계와 종족·종교·문화적으로 동화되기 어려운데 있다.
이와 같은 내전의 수렁에서 양쪽은 주민들을 볼모로 세력전을 펴고 있어 주민들의 굶주림은 더해만 가고 있다. 특히 SPLA가 장악하고 있는 수단 남부지방 주민들은 무관심과 방치·약탈의 대상이 되어 기아의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부군과 SPLA의 전술은 난민들을 오갈데 없는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같다.
수단정부는 무기로 이길 수 없는 내전을 아사작전으로 바꾼 듯하다.
부패군인이 유출 외국이→공식루트로 제공하는 원조물자는 정부군의 전쟁물자로 쓰여지나 부패한 군인들에 의해 유출되고 있다.「사디크·엘·마디」수상 정부의 한 고위각료는 최근 『남부 주민들이 많이 죽고 도망갈수록 SPLA는 약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SPLA도 주민들에게 위안이 되기는커녕 공포의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그들은 주민들을 약탈하거나 경작지를 망가뜨리고 각종 범죄행위를 자행, 주민들을 내몰고 있다.
정부군이 장악한 북부도시로 주민들이 몰리게 함으로써 혼란을 야기, 정부군의 기반을 흔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굶주림과 식량을 볼모로 한 내전으로 무고한 주민들이 수없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서구사회는 수단의 전력적인 중요성을 고려,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위해 SPLA가 장악하고 있는 남부에의 직접 원조를 삼가왔다.

<강력히 휴전요청>
그러나 지난해 월 정부와 SPLA와의 휴전협상이 회교 강경파의 반대로 실패로 돌아가는 등 내전증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더 이상 비인도적인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억 달러의 원조를 수단에 제공했던 미국은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민간 자선단체가 직접 수단남부에 원조를 제공토록 허용했다.
기타 나라들도 정부와 SPLA에 휴전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지난 84년 에티오피아의 기아문제를 협력부족으로 실기했던 국제사회가 또다시 이를 반복치 않도록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수단의 인재는 강력한 인도적 차원의 국제압력만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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