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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고이즈미號' 일본의 미래] 下. 경제 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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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2일 "드디어 구조개혁의 싹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기 고이즈미호' 경제정책의 근간을 짐작케 하는 말이다.

지난 2년반의 구조개혁 노선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지는 이날 내각 개편에서 '구조개혁의 간판'으로 불리는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사진) 금융 및 경제재정담당상을 유임시킨 것에서도 뒷받침됐다.

그동안 자민당 내 실력자들은 "디플레를 가속화시켰다"며 다케나카 금융상의 경질을 강력히 요구, 이날 내각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다케나카는 금융상과 경제재정담당상 중 하나만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간신히 나타난 개혁의 싹을 나무로 만들어 가야 한다"며 다케나카에게 다시 양 날개를 달아줬다.

따라서 정부 내 개혁파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기관 부실채권의 조속한 처리와 우정사업 및 도로공단의 민영화, 그리고 각종 규제완화 조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52조엔, 비율로 따지면 전체 대출채권의 8%까지 치솟았던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는 현재 45조엔 내외로 줄어든 상태다. 은행권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다케나카 플랜'이 지난해 10월부터 실시되면서 그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일본 경제의 명운이 달려 있는 만큼 2005년 3월 말까지 부실채권 규모를 절반(26조엔)으로 줄이겠다"는 고이즈미의 공약대로 은행권의 부실채권 정리는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다케나카 금융상은 당장 재무상태가 안 좋은 금융기관뿐 아니라 건전한 금융기관이라도 '예방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년 1월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득권의 상징으로 불리는 우정사업과 도로공단을 민영화하는 작업을 당초 예정대로 각각 2007년과 2005년 실시를 목표로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무상에 '구조개혁'노선 지지파인 다니가키 사다가즈(谷垣禎一)산업재생담당상, 자민당의 신임 정조회장(한국의 정책위의장에 해당)에 전임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와는 달리 금융개혁에 적극적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를 배치해 당정 간 이견의 소지를 없앤 것도 눈에 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기회복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라"는 거센 저항에 직면했던 고이즈미 총리가 이같이 개혁노선을 고수하기로 한 것은 최근의 경제지표 개선에 크게 힘입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경제는 지난 2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이 1.0%(연율기준 3.9%)로 치솟는 등 최근 3분기 연속으로 선진국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주가도 불과 4개월 사이 7천6백 포인트대에서 1만4백 포인트대로 회복, 금융시스템 불안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

즉 고이즈미 총리는 이러한 경제지표의 개선을 구조개혁의 성과로 포장하면서 향후 구조개혁 노선 고수의 명분으로도 삼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개혁노선은 유지하지만 어렵사리 경기가 회복추세에 있는 만큼 극단적으로 새 처방을 내놓기보다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을 마무리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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