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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되는 미 시장개방 압력|통상문제 최우선 안 열면 열게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통신분야 시장개방을 둘러싼 한미협상의 결렬을 시발로 금년 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벌써부터 예상돼온 한미간의 대결적 통상분위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장 내일 모레 23일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의회보고 형식을 통해 한국을 통신분야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할 공산이 커졌다. 곧이어 5월말까지는 86년8월 지적소유권에 관한 「301조 합의사항」의 성실이행을 가리는 지적소유권 우선협상대상국 지정이 있을 예정인데 한국이 주요 검토대상국으로 돼있다.
이 같은 분야별 협의대상국 지정과 별도로 미 정부는 불공정 무역관행국에 대한 포괄적 우선협상 대상국을 역시 5월말까지 진정하게돼있다. 이를 위해 미행정부는 4월말까지 무역장벽보고서를 작성하며 우선 3월 중 관계국과 사전협의를 벌이는데 EC(구주공동체)를 1개국가로 계산, 15개정도의 지정검토대상국가 중 아시아에서는 일본·대만·인도 등과 아울러 한국이 포함돼있다.
이밖에도 미국은 한국에 대해 수입자유화(1백34개 품목) 및 관세인하(2백82개 품목) 등 야심적인 농산물시장개방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고 쇠고기문제도 한국이 시시각각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정도로는 문제해결이 안된다는 시각에서 아예 대한협의를 외면,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이사국 채널협의에 들어가 있다.
문제는 산너머 산이다. 이미 작년 10월 대만과 아울러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의회에 보고한 미행정부는 오는 4월이면 환율협상 중간보고서를 다시 의회에 내야한다.
재정적자 및 무역적자 해소를 최대과제로 짊어지고 출범한 「부시」 행정부는 외국정부의 불공정한무역관행과 투쟁하기 위해 보복조치 등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칼라·헐스」 무역대표)는 강경대처 자세를 드러내고있다.
국가안보나 전략적 이해관계보다도 통상문제를 우선시키겠다는 입장이 특히 USTR 등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나고있고 보복조치를 담은 슈퍼301조(신통상법)를 등에 업고 실제 협상력이 크게 강화돼 있는 것이다.
새로운 통상법이 외국불공정 무역관행의 제거를 통한 자유무역증진에 그 목적이 있다하더라도 실행면에서는 경제적 민족주의, 상대국의 재보복, 특히 우방국에 대한 악영향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점을 미행정부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협상과정에서 한국정부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지적소유권·보험·담배·광고·영화·포도주 등에 적극적인 해결노력을 보였다고 지적하고 민주화 및 국민자존심 고양으로 외부압력에 대해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한국국내 사정 등을 고려, 미측의 대결적 해결자세는 한국정부의 개방조치를 더욱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해왔다.
이번 통신분야의 협상결렬은 포괄적 우선협상지정 등에 미치는 연대적 영향을 고려할 때 통신분야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막상 지정된다해도 협상이 지속된다는 점에서는 지정에서 면제되는 것과 결정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협상은 법규상 최대한 3년까지 지속될 수도 있는 것으로 돼있다.
오히려 2000전까지의 일이었지만 마치 GSP(특혜관세제도) 혜택이 철폐되면 대미무역이 당장 절단되는 것처럼 소란을 피우면서 철폐를 막기 위해 다른 분야의 양보를 서슴지 않았던 우를 재범하지 않는 냉철함이 필요할 것이다. 【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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