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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연구실·스타트업 들어서 … 미쓰비시 떠난 호주 공장은 이렇게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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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GM 군산공장 폐쇄 5개월

첨단 산업단지로 변신 중인 ‘톤슬리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의 한 건물 내부. [사진 톤슬리]

첨단 산업단지로 변신 중인 ‘톤슬리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의 한 건물 내부. [사진 톤슬리]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주도 애들레이드에서 약 10㎞ 떨어진 곳. 네 벽을 유리로 감싼 플린더스대학 건물이 한편에 우뚝 자리 잡고 있고, 주변으로는 트럭과 굴삭기가 바쁘게 움직이며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대학 건물 근처까지 다가가니 옆쪽으로 푸드트럭 형태의 음식점과 카페 테라스, 농구장과 작은 화단 등으로 꾸며진 넓고 깨끗한 공간이 나타났다. 음식점과 알록달록한 색을 칠한 벤치 사이 사이에 박스 모양의 크고 작은 사무실과 회의실들이 섞여 있었다. 잘 꾸며진 정원 옆 회의실 안에선 여러 스타트업 직원들이 모여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화면에 각종 자료를 띄워놓고 발표를 하고 있었다.

15년 걸쳐 2027년 완성 ‘톤슬리’ #아파트 건설, 자율주행버스 운행 #주거·교육·연구 합친 미래 도시로

플린더스대학 건물 앞에 작은 버스 정류장도 보였다. 앙증맞은 크기의 박스형 자동차가 들어왔다. 승객은 있지만, 운전자는 따로 없는 자율주행 셔틀버스였다. 셔틀버스를 타고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지멘스 등 익숙한 기업의 이름이 눈에 띄었고,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건물이나 사무실이 길게 이어졌다.

총면적이 24만㎡에 달하는 이곳은 호주 최초의 혁신 산업단지인 ‘톤슬리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Tonsley Innovation District)’다. 원래는 미쓰비시의 완성차 조립 공장이 있던 부지였지만 2008년 미쓰비시가 떠나면서 가동을 멈춘 시설과 공장 부지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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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떠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호주는 2012년 이곳에 혁신 기술을 키우기 위한 첨단 산업단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후 명문으로 꼽히는 플린더스대 캠퍼스와 연구시설,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 사무실, 의료·에너지·자율주행 등 유망 분야 스타트업들이 차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근엔 테슬라가 입주했다. 또 자율주행 분야 기술 기업인 영국 RDM그룹도 지난해 톤슬리 내에 아시아 태평양 본부를 설립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지역엔 대학이나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및 가족들 1200여명이 생활할 수 있는 주거공간과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필립 도텔 톤슬리 이사는 “버려진 자동차 공장을 주거와 교육, 생산과 연구, 놀이 등이 결합한 미래 도시로 바꿔나가는 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직원들의 주거와 생활 지원 등도 쉽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 기업들의 입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톤슬리 산업단지는 2027년이 되어서야 완전히 제모습을 갖출 예정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6년 째지만 아직 절반도 채 완성되지 않았다. 호주의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만큼,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미래 기술을 키우기 위해 15년에 걸친 장기계획을 세운 것이다. 군산공장 부지 처리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 정부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주 정부 관계자는 “기업이 떠난 건 아쉬운 일이지만, 우리는 남겨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더 큰 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지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들레이드=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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