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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의 '전쟁 레퀴엠' 내달 말 국내 첫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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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962년 5월 29일 코번트리 대성당에서 '전쟁 레퀴엠' 초연을 하루 앞두고 리허설 중인 테너 피터 피어스. 그는 동성 애인 작곡자 벤자민 브리튼과 함께 양심적 병역 거부자였다.

1962년 5월 30일 영국 코번트리 대성당. 벤자민 브리튼(1913~76)의'전쟁 레퀴엠'이 울려 퍼졌다. 나치의 대공습으로 파괴됐다가 다시 복원된 성당의 헌당식을 위해 위촉.초연된 작품이다.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테너 피터 피어스, 소프라노 히더 하퍼 등 3명의 독창자와 버밍엄 심포니, 멜로스 앙상블, 코번트리 페스티벌 코러스 등이 참가했다. 원래 소프라노 갈리나 비슈네프스카야(첼리스트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의 아내)가 독창을 맡기로 했으나 소련 당국의 방해로 불참했다. 대신 이듬해 1월 런던 킹스웨이 홀에서 열린 첫 녹음에는 참가했다. 음반은 5개월만에 25만장이 팔려나갔다.

2006년 6월 24일 대전예술의전당,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브리튼의'전쟁 레퀴엠'이 국내 초연된다. 대전시향(음악감독 함신익)이 한국전쟁 발발 46주년을 맞아 마련하는 의욕적인 기획 무대다. 대전.창원 시립합창단, 서울레이디스 싱어스, 소프라노 김영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테너 브라이언 더우넌, 바리톤 정록기(한양대 교수) 등이 무대에 선다.

브리튼은 동성애자, 반전주의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였다. 26세때인 1939년 동성 애인 피터 피어스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영국으로 되돌아간 것은 42년. 공장 노동자와 병사들을 위해 무료 음악회를 여는 조건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전쟁 레퀴엠'을 위촉받은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25살의 나이로 전사한 윌프레드 오웬(1893~1918)의 유작시를 떠올렸다. 이 곡은 2차대전 때 전사한 브리튼의 친구 4명에게 헌정됐다. 초연 당시 더 타임스지는 모차르트.베르디.포레 다음 가는 '레퀴엠' 의 걸작이라고 호평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작품을 가리켜 '20세기 최고의 음악'이라고 말했다. 독일 출신인 피셔 디스카우는 리허설 도중 연신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반전(反戰) 음악의 최고봉' 으로 손꼽히는 이 곡은 68년 9월 소련 탱크가 체코 국경을 넘을 때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연주됐다. 89년에는 영국의 아방가르드 영화감독 데릭 저먼이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다. 042-610-226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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