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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新黨하면서 당적은 왜 민주당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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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당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민주당적을 고수하고 있는 일부 전국구 의원들의 처신이 한심하다. 민주당에 애정이 남아서가 아니다. 탈당하는 순간 전국구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마음은 신당에, 몸은 민주당에 둔 것일 뿐이다. 이런 이중적 행태는 구태정치의 전형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재정.박양수.이미경.허운나.조배숙.오영식.김기재의원 등 7명이 그들이다. 통합신당 창당과정에서 전략과 홍보, 이념적 토대를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해왔거나 주비위 모임 등에 꾸준히 참석했던 인사들이다.

이들은 탈당계를 신당 쪽에 위임했다고 한다. 물론 전국구 의원들이라고 해서 소속당의 당론에 무조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정치적 소신이 다른 데다 신당에 가기로 약정까지 해놓고 민주당적을 버리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다.

신당 측의 태도도 당당하지 못하다. 신당 원내 대책회의는 "이들은 그동안 국정감사에 관심을 갖고 준비해 왔기 때문에 국감과 예산안 처리가 끝난 뒤 탈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명분 치고는 궁하기 그지없다.

국감과 예산안 처리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지금 분당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또 이들이 없다고 졸속국감이 되리란 법도 없다.'전 의원'이 아닌 '현 의원' 신분이 훨씬 정치적 영향력이 있고, 그들이 신당에 합류해봐야 의석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민주당 내에 우호세력을 남겨두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 전략'을 택한 것 아닌가.

신당은 정치 개혁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그 신당이 시작부터 낡은 정치행태를 되풀이하고 편법으로 전국구 의원을 유지하려 한다면 명분을 잃게 된다. 기득권 포기를 외치면서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다면 어떻게 그 신당을 믿겠는가.

사도(邪道)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도(正道)를 걷기를 촉구한다. 차제에 '당원권 정지'조치를 당한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도 분명한 태도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정치인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