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교통난을 푸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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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의 교통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대두된 지도 오래됐다.
서울의 교통문제가 위기로 불릴 만큼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된 건 수도권 인구 억제 실패와 이로 인한 차량의 폭발적 증가, 도로 확충과 교통대책 없이 무턱대고 개발과 확장에만 치중했던 도시개발 정책 등에 기인한다.
서울의 중추 기능을 분산하고 다핵화하기는 커녕 방만한 도심 재개발로 도심 유입 차량이 하루 1백20만대가 넘어 움쭉달싹도 못할 만큼 만성 적체현상을 자초하고 말았다.
교통 정책의 부재로 파생된 자가용 승용차의 범람은 가뜩이나 좁은 도로를 7할이나 차지해 이제 모든 도로가 주차장화 되었다.
난마와도 같이 얽힌 서울 교통의 해결방안은 시민공개 토론회에서도 제기되었듯이 도시 고속도로 건설과 지하철 추가건설 등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말이 쉬울 뿐이지 천문학적인 재원과 장기간의 건설공기 등 요원한 실정이고 발등에 떨어진 당장의 교통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당면한 교통문제의 현실적 해결방안은 현재의 교통 여건과 교통 수단들을 여하히 효율화하고 조정할 것인가에 정책의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는 기존의 지하철 수송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 교통인구의 53%를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의 대종인 버스의 수송 분담률을 더 높여 승용차 인구를 대량 수송 수단목으로 흡수하는 것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본다.
현재의 버스를 고급화하고 서비스를 향상시키며 중복노선과 굴곡노선을 재정비, 직선화해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만들면 승용차 인구를 얼마든지 유인할 수 있으며 교통의 체증도 줄일수 있을 것이다.
승용차가 도로의 7할을 적유하면서도 그 교통 인구는 고작 17%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버스의 수송 분담률을 높이는 것 외에 다른 유효한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문제는 현재의 중복·굴곡 노선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직선화 하느냐가 관건이다.
역대 교통부 장관과 서울시장이 노선 조정을 수없이 약속하고 호언했지만 단 한번도 손을 대지 못했던 경험에 비추어 보아 노선 통폐합과 조정이 지난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버스업자로서는 노선이 업체의 생사와 직결되는 이권이고 이른바 황금노선의 경우 버스 1대의 프리미엄이 억대를 호가하고 있어 노선조정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서울시가 아무리 노선 조정권을 쥐고 있다 하더라도 막대한 영업권의 포기를 행정력으로 강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버스 업체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보조를 통해 노선 포기를 유도해 중복 노선을 정비하고 굴곡노선을 직선화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울시 재정에서 버스 업체를 지원 해줄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지만 버스가 기여하는 공익성은 도외시 할 수 없다.
2조 수천억 원의 막대한 시민 부담으로 건설한 지하철이 겨우 14%의 교통 인구 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보다 4배가 넘는 인구를 실어 나르는 버스에 보조금이나 지원을 하는 것은 비난받을수 없다.
서울 시내 3백91개 노선에 무려 90개 업체가 난립하는 버스를 재정비하고 지하철과의 경쟁관계를 보완 관계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발전시키지 않는 한 서울의 교통문제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노선 조정을 과감히 밀고 나갈 시정당국의 결연한 의지와 단호한 결단이 필요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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