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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아이들 어쩌라고...” 경기도 '따복 어린이집' 폐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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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16년 12월 6일 용인 따복어린이집 개원식[경기도청 제공=연합뉴스]

2016년 12월 6일 용인 따복어린이집 개원식[경기도청 제공=연합뉴스]

“경기도만 믿고 아이 보내달랄 땐 언제고,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문을 닫는다니 당장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요.”

2년동안 20억 들인 따복어린이집 #경기도청 “가성비 떨어져 문 닫아” #“전임 남경필 사업 지우기” 비판도

경기 용인시에 사는 워킹맘 최이영(39)씨는 지난달 말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큰 아이(3)가 다니는 ‘따복어린이집’이 이번 학기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따복어린이집’은 경기도가 양질의 공공 보육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2016년 시작한 시범 사업이다. 용인ㆍ하남ㆍ위례 등 3곳에 기존 민간 어린이집을 임차해 도 산하 기관인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위탁 운영한다. 영리 추구를 배제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는게 운영 원칙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회계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부모들이 눈치보지 않고 시간 연장 보육을 이용한다. 민간어린이집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사업과도 비슷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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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사업 초기만 해도 “도 내 모든 아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은 2년 만에 공수표가 됐다. 경기도는 지난달 사업 종료 결정 내린 뒤 학부모들에게 “따복 어린이집은 사업 종료로 문을 닫는다. 아이들은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용인 등 따복 어린이집 3곳에 다니는 0~5세 어린이 169명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최씨는 “비리 유치원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도 우리 어린이집은 믿을 수 있어 걱정없이 아이를 보냈다”라며 “사업 시작할 때는 '공공 보육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을 보내달라고 설득해놓고 갑자기 아이들을 쫓아낸다"라고 말했다. 학부모 조아라(32)씨는 “주변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었더니 민간 어린이집도 대기 순번이 20~30번이고, 국공립은 90번이 넘어가서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성명서를 전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하남시 따복어린이집의 학부모 A씨는 “이재명 도지사가 남경필 전 지사 흔적을 지우려 이러는 것 아니냐. 그게 아니라면 잘 자리잡은 어린이집을 하루아침에 문 닫을 이유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청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간이 종료돼 어쩔 수가 없다. 2년간 운영해본 결과 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라며 “국공립 전환 여부를 논의 중이지만 지역적 특성상 쉽지 않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따복어린이집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도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ㆍ매입하는데 1곳 당 평균 8억원(지방비 포함)의 예산이 들어간다. 따복어린이집의 경우 3곳 어린이집의 리모델링비, 운영비, 임차료를 모두 포함해 2년간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육과 같은 사회서비스 정책을 가성비만 따져 평가한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며 “전임 지사의 사업이라 지워버린다는 인상을 주는 것 역시 민주주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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