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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 절반 쓰는 지방시장·군수·구청장 깐깐하게 고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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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날씨를 파는 도시를 아십니까. 시장을 잘 뽑으면 날씨도 세일할 수 있습니다. 홍순일 태백시장은 1995년 당선된 뒤 폐광으로 쇠락한 태백이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다 해발 700m의 바람 부는 고지대를 주목했습니다. 고지대가 심폐기능, 지구력, 근력강화에 적합하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태백을 '스포츠 훈련도시'로 개발했지요. 각종 체육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체육대회.전지훈련 유치에 전력을 기울인 결과 2005년에만 운동선수 21만 명이 다녀갔고,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136억원에 달했습니다. 홍 시장은 11년간 세 번 연임하고 이제 물러납니다. 태백 시민들은 비슷한 인구 규모의 다른 어떤 군이나 구, 지방의 시보다 자부심 넘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답니다.

반면 지방의 S도시는 같은 기간 세 명의 시장이 차례로 구속됐습니다.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 유권자들은 본의 아니게 '비리 도시의 주민'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오늘은 전국에서 3867명의 내 고장 일꾼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여러분의 선택을 받기 위해 투표용지에 인쇄된 후보자는 1만2165명입니다. 경쟁률이 약 3.15 대 1이네요. 이들을 꼼꼼하게 따지고 깐깐하게 선택하십시오. 허투루, 대충대충, 묻지마 투표를 하다간 그 손해를 여러분이 고스란히 뒤집어 씁니다. 졸지에 1급지 주민에서 2급, 3급 주민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 여러분은 오늘 도지사부터 군의원에 이르기까지 6명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특히 기초단체장을 잘 뽑으시기 바랍니다. 기초단체장이란 군수나 구청장, 지방도시 시장같이 내 고장의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전국에 230명이 있지요. 이들은 '지방 소통령'이라 할 정도로 나의 일상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여의도 중앙정치에서 299명 중 한 명으로 활동하는 지역구 국회의원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서울시장과 6개 광역시장, 9개 도의 지사 등 16명의 광역단체장보다 실생활에 훨씬 밀접하지요.

지방의 소통령은 내가 내는 세금의 절반을 주무릅니다. 담배 한 개비 빼어 물 때마다 담배세 48원이, 2500cc급 승용차를 몰면 매일 자동차세 1507원이 구세.군세.시세(지방세)로 빠져나갑니다. 1년 예산이 부산시 중구가 600억원으로 가장 적고, 성남시 예산이 2조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여러분이 투표하지 않으면 우리가 낸 이 많은 세금이 줄줄 새나가도 괜찮다는 의사표시입니다. 기초단체장은 혼자 사는 독거노인에게 연탄 한 장 날라주는 일, 20층 이하 건물을 인가하는 일, 치킨집을 낼 때 도장 찍는 일을 합니다.

독자 여러분, 투표장에 안 가면 엉터리 소통령이 뽑힙니다. 투표하세요.

전영기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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