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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제-야 협공에 여 거부권|임시국회 최대쟁전…여야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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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145회 임시국회가 개회되면서 바야흐로 특검제 대 공방에 불이 붙었다. 특검제 공동전선을 천명한 3김 회담의 합의에 따라 평민·민주·공화 등 야3당은 9일 단일안을 최종 확정했고 국회 첫날부터 「특검제 관철」을 제1의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질세라 정부·여당도 노태우·김영삼 회담에서 이를 위헌적이라고 지적한데 이어 13일 강영훈 총리주재 당정회의에서도 거부권행사 방침을 천명하는 등 즉각 반격하고 나섰다.
특검제 자체가 5공의 권력형비리를 겨냥하고 있어 국민들의 민감한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각기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사정이 있어 특검제는 이번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특검제를 들고 나오면서 야당측은 민정당의 반대의견을 『5공 청산의지가 없다』는 한마디로 몰아붙이고 있다. 즉 검찰수사가 정치자금 등 전직대통령과 관련된 권력형비리는 손도 못댄채 흐지부지 끝나 국민의 의혹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아직 권력의 입김을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며 따라서 독립된 특별검사로 하여금 재 수사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야당 주장의 요지다.
이같은 명분을 업고 야3당은 계속「5공」을 이용, 6공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다는 전략인데 특히 5공비리 특위의 주도적 책임을 맡고 있는 민주당은 정국주도와 특위활동의 돌파구를 특검제에서 찾으려 하는 눈치다.
5공 비리에 대한 국민감정은 야당엔 명분인 동시에 부담이 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때 특검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표명을 유보해왔던 김종필 공화당총재가 검찰수사발표 후 찾아온 민정당 인사에게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 사람을 구속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특검제를 피할 명분이 없다』며 여당측을 원망(?)했다는 후문. 결국 검찰의 미진한 수사 때문에 공화당도 특검제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이번 임시국회를 끝으로 5공비리 정국의 늪에서 기어이 빠져 나오려는 민정당으로서는 앞으로 5공 비리를 계속 건드리게될 특검제는 「절대수용불가」일 수밖에 없다.
『장세동·이학봉씨 등 「거물」들과 친·인척을 47명이나 구속했으니 그만하면 되지 않았느냐』며 『5공은 청산됐다』고 민정당은 주장하고 있다. 민정당은 검찰수사를 탐탁치않게 보는 여론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검사를 만들면 「수사의 칼」은 끝도 없이 파고 들어갈 처지여서 경우에 따라선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듯싶다.
여야의 정치적 명분과 계산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은 『위헌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법률적 논전.
야3당은 민정당의 위헌시비를 충분히 예상, 단일안 작성에 있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짙다.
우선 특별검사 임명절차에 있어 당초 국회추천의 구상을 버리고 대한 변협추천으로 해 『이제는 민정당이 3권 분립침해 운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대한변협의 배수추천자중에서 법무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는데 야당측은 「국회의 요구로 법무장관의 제청에 의해 법원이 임명」하는 미국의 특검제가 이미 86년6월 연방법원으로부터 「합헌」이란 판결을 받았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야측 단일안은 특별검사임명을 본회의과반수의결로 제한한데다 특별검사추천을 「독립적인」대한변협에 맡겼기 때문에 특정정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재정신청이 검찰수사에 대해 사법부가 판단, 기소-판결까지 담당하게 되어있는 반면 특검제는 입법부가 「재수사」정도만 요구할 뿐 기소 여부는 담당검사가 결정하게되니 개입의 정도가 훨씬 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야당논리에 대한민정당의 반격논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국회의 특별검사임명요구를 대통령이 거부할 수 없는만큼 이는 명백히 「강제적」이고 이 점은 법무장관이 임명제청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와 다르다는 것이다.
민정당은 또 야당 단일안은 국회의 요청에 따라 특별검사가 수사진행 및 공소유지상황을 국회에 보고토록 되어있어 결과적으로 입법부가 기소에까지 관여할 가능성이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종찬 총장·감윤환 총무 등 당 지도부는 『국회가 수사와 소추까지 관여하겠다는 발상은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한 관계자는 『도대체 국회의장을 검찰총장으로 만들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정당은 아울러 특검제가 기존 검찰조직의 사기에 미칠 영향을 지적하고 있는데 판사출신의 한 중진은 『검찰은 「특별검사만 선명성이 있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용이란 말이냐」는 불만과 함께 「만약 특검제가 되면 수뇌급 검사들은 몽땅 사표낼 것」이라는 농담성 협박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어쨌든 야3당의 단일안은 곧 국회법률 개폐특위에 올려져 여야간 뜨거운 찬반논쟁을 거친 후 특위-본회의로 이어지는 표결에 부쳐질 전망인데 야당이 수로 밀어붙이면 민정당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아예 마지노선을 쳐놓고 있다.
정부와 민정당은 13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도 아3당의 특검제는 위헌요소가 있으므로 수용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야당이 표결로 강행 통과시키면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요청키로 방침을 세웠다.
결국 지난해6월의 구인제 파동과 12월 정기국회의 「80년 해직자 복직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에 이어 6공들어 세 번째로 대통령의 거부권이 발동될 전망인데, 5공 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원초적 감정을 고려한다면 정부·여당엔 분명한 정치적 부담으로 계속 남게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야당측과 협상을 시도할 작정이나 야당입장도 이젠 물러서기가 어려워 특검 법안을 둘러싼 여야대결은 끝장을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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