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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술 연2조원 시장…고급화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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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신 술의 양은 국민1인당 평균 5백㎖들이 맥주 50병, 소주 2홉들이 47·2병, 막걸리 18·13ℓ, 위스키 7백㎖들이 4분의1병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4천2백만 국민이 골고루 마셨을 경우를 가상한 평균치고 실제로 술을 못 마시는 어린이나 주량이 미미한 여성인구를 제외하고 나면 실제 주당들이 마신 술은 평균치의 2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주류산업이 이같은 술 소비량에 걸맞게 앞서가 있느냐하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
이웃 일본만 해도 산토리 위스키가 국제적 수준을 자랑하고 소주나 청주만해도 5백개 이상의 브랜드를 갖고 다양한술을 국민들에게 맛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의 주류업계는 국세청의 강력한 규제아래 기술개발·품질개선 등 어느 한곳 당당히 내세울게 없는 실정이다.
최근 민주화 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최소한 지방 토속주만이라도 개발토록 하자는 논의가 일어 금년 1월들어 24개 민속주·토속주에 대한 제조허가방침이 결정되었을 정도다.
그러나 워낙 국내수요가 많다보니 국내주류업계는 별로 내세울만 하지도 못한 몇가지 주종만으로도 톡톡히 재미를 봐 소주전문메이커였던 진로가 위스키·유통산업·관광산업으로까지 손을 뻗치는 기업그룹으로 성장했고, OB맥주로 알려진 두산그룹은 대기업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국내 술시장은 연간 2조원(세금포함)정도로 추정되고있다. 이중 맥주와 소주가 각각 1조원과 4천억원씩 나누어 갖고 있어 전체시장의 70%를 차지하며, 최근 급신장하고 있는 위스키가 약1천4백억원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밖에 전국에 1천4백여개의 군소 탁주·약주업체가 산재해있다. 주종별로 업계현황을 보자.

<타도판매 규제 깨져>-소주
4천억원 시장을 놓고 진로·보해 등 10개사가 이전투구중이다. 소주는 국세청이 칼자루를 쥐고 업체별 판매구역을 도별로 책정, 서울은 진로, 전남은 보해, 경북은 금복주 하는 식으로 시장을 제한해왔다.
도별 할당방법은 그 도에서 소비되는 소주의 50%를 자기지역 소주메이커가 의무적으로 공급하고 나머지 물량은 타지역 회사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으나 규모가 적은 지방소주회사들은 자도 할당분을 공급하기에도 양이 모자라는 형편이어서 타도진출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체제가 서울·경기지역에서부터 무너지면서 각 사간에 타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영역침투싸움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주업계의 간판회사라 할 수 있는 진로의 경우 83년 영등포의 기존공장에서 이천에 새로 건실한 주류종합단지에 자동라인 7개를 설치, 하루 2홉들이 소주 2백60만병 분량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소주매출액만 1천3백60억원.
진로는 올해 신장률을 작년의 6%보다 약간 줄어든 4∼5%로 잡고 있다.
진로는 올해 중점사업으로 주질과 포장개선 등 고부가가치 소주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정 25%와 물 75%를 섞어 만드는 희석식 제조방법으로는 주질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10%정도 증류식을 첨가하는 방법도 연구중이다.
또 해방 후 지금까지 한번도 바뀐적이 없는 현재의 원형모양의 병도 개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주시장의 전면자율화에 대비, 종이팩·캔·병소주 등 다양한 종류의 개발을 서두르면서 기계화에 의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진로에 이어 점유율 13·4%를 차지하고 있는 보해는 광주·목포를 중심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지방업체. 선두인 진로와는 경쟁상대가 안되고 경북의 금복주와 2위 다툼이 치열하다.
보해의 올해 가장 주력사업은 공장확장문제. 목포시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현 공장은 1천5백평(진로는 2만5천평)에 불과해 이곳에서 국내 소주의 8분의 1이 생산된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현재 목포시 변두리에 5만평의 부지를 확보해 이중 절반인 2만4천평을 소주공장용으로 할당, 내년에 준공할 예정이다.

<올해 50%신장예상>-맥주
대중주로 위치를 굳히고 있는 맥주는 작년에 20%의 신장률을 기록할 만큼 급성장을 해 시장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문화·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칼스버그·버드와이저 등의 소형 프리미엄맥주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40∼50%의 높은 신장률이 예상된다.
국내 맥주시장은 그동안 동양맥주와 조선맥주 2개사가 6대4의 비율로 「사이좋게」나눠 장악해왔으나 최근 이 비율이 깨지면서 시장쟁탈전이 치열해졌다.
작년 맥주시장의 65%를 차지해 상대적 우위의 폭을 넓힌 동양맥주는 일반맥주인 OB와 프리미엄맥주인 버드와이저, 레벤브로이를 생산하고 있다.
OB맥주는 지난해 87년에 비해 21·60%가 늘어난 66만1천5백㎘를 생산했으며 버드와이저와 레벤브로이는 87년보다 74%가 증가한 2만3천4백㎘를 생산.
동양이 맥주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80년11월2일 서울무교동에 처음 세운「OB베어」는 특히 청년층에 폭발적인 안기를 얻어 맥주소비를 엄청나게 늘려놓았다.
동양은 최근 소비패턴이 달라지면서 30대 후반부터는 주종이 양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 주로 20대와 30대 초반을 대상으로 시장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조선맥주는 일반맥주인 크라운과 프리미엄맥주인 칼스버그를 생산중.
작년 생산량을 보면 크라운맥주는 87년에 비해 9·62%성장에 그쳤지만 칼스버그는 무려 1백27·17%가 늘어나 동양맥주를 추격하고 있다.
조선은 이런 추세에 힘입어 칼스버그는 중년층, 크라운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매출목표는 작년대비 9·5%가 늘어난 4천50억원.
세계맥주시장의 소병화 추세와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산 고급맥주를 연구·개발중이다.

<3개회사서 각축전>-위스키
최근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위스키는 시장규모가 약1건4백억원으로 추정되며 작년 22·98%성장에 올해도 20∼30%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위스키시장은 두산그룹계열인 OB시그램과 베리나인, 진로그룹계열인 진로위스키 3사가 각각 30%씩 쪼개가지면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급위스키인 패스포트와 국산특급위스키인 디플로매트를 생산하고 있는 OB시그램은 작년 19%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국내시장의 32·95%를 차지하고 있다.
진로위스키는 정부의 위스키사업부문의 별도 법인화시책에 따라 82년 진로위스키사업부에서 진로 위스키주로 따로 떨어져 나왔다.
현재 특급위스키인 VIP, 국산특급위스키 다크호스, 원액함량 20%이하인 길벗올드·길벗버번 등 4종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중 VIP가 물량의 60%이상을 차지한다.
국내위스키시장의 34%를 점유, 「도토리 키재기식」의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양베리나인은 썸씽스페셜과 베리나인골드를 생산하고 있다.
원래 베리나인은 백화양조계열로 베리나인골드킹과 베리나인골드를 생산해 왔으나 86년 두산그룹이 백화양조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베리니인골드킹을 썸싱스페셜로 대체, 괄목할만한 신장률을 기록했다.

<새 상품 잇달아 개발>-와인
국내 와인시장에는 OB·진로·해태 등 5개회사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OB의 마주앙이 72%를 차지할만큼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진로의 샤또몽블르가 11%, 해태의 노블와인이 9%를 차지하고 있다.
와인업계도 7월의 수입개방과 관세인하에 대처할 묘책을 강구중이다.
OB는 현재의 우위를 계속지속하기 위해 마주앙 스페셜에 이어 작년 마주앙 캐비닛·마주앙 모젤란트 등의 고급신제품을 잇달아 개발, 소비자를 부르고 있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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