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가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피살됐다. 사건 배후로 ‘왕실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33) 사우디 왕세자가 지목되면서 사우디 왕실이 흔들리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사우디를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피살 3개월 전 ‘뉴스위크’ 독점 인터뷰 #빈 살만은 할아버지 같은 독재자 #그들에 맞섰다간 무자비한 철창행 #사우디 빈민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최근 뉴스위크가 그의 생전 육성 증언을 담았다. 이탈리아에서 국제관계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한 룰라 제브레알이 카슈끄지가 피살되기 석 달 전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는 사우디의 미래와 최근 상황에 대해 인터뷰하는 내내 카슈끄지는 침착하고 신중했다고 회고했다. 카슈끄지는 “난 나 자신을 반체제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개혁을 통해 더 나은 사우디가 건설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를 요약한 것이다.
- 빈 살만은 지난해 11월 부패 청산을 내세우며 차기 왕권을 놓고 경쟁할 우려가 있는 수백 명을 수일간 구금하고 재산 헌납과 충성 맹세를 받고 나서야 풀어줬다. 빈 살만이 진정한 개혁가로 인정받기 원한다면 그들의 범법 증거를 제시하고 적법한 절차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 “그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의 내면을 보면 본질적으로 ‘구식 부족장’이다. 쿠웨이트를 보라. 쿠웨이트 사회는 사우디와 흡사하다. 하지만 쿠웨이트의 사법체제는 사우디보다 훨씬 발전했고 투명하다. 그렇다면 빈 살만이 왜 그런 개혁을 생각하지 않을까? 그럴 경우 자신이 마음대로 나라를 통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선진 세계의 과실과 실리콘밸리, 영화를 즐기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할아버지처럼 독재 통치를 원한다.”
- 빈 살만은 심지어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계획에 반대하면 무조건 감금해 버린다고 한다. 이런 점이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 “그에겐 사우디 스포츠협회장인 투르키 알셰이크와 수석보좌관인 사우드 알카타니 외에는 정치 참모가 없다. 그들은 아주 무자비하다. 그들에게 맞섰다가는 철창행을 면키 어렵다.”
- 빈 살만의 개혁은 수익을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 “그는 ‘주식회사 사우디’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두바이 모델을 좋아한다. 두바이 정부는 정부인 동시에 대기업처럼 기능하다. 그들은 두바이에 사는 외국인에게 술과 영화 등 유흥을 제공하면서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그런 모델은 사우디에는 맞지 않다. 두바이는 도시국가이고 사우디는 영토가 넓은 실질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빈 살만이 ‘주식회사 사우디’를 건설하고 일부 사우디인이 거기서 돈을 쓰면 그 돈이 정부로 흘러들어가겠지만 수백만 명의 다른 사우디인은 너무 가난해 그런 신경제의 일부가 될 수 없다. 그들은 일자리도 없다.”
-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에게 어떻게 조언을 하겠는가.
- “‘비전 2030’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제다와 리야드 같은 대도시의 빈민 지역을 보살피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들은 일자리와 더 나은 삶을 간절히 원한다. 그들도 국민이다. 지도자는 그들의 이익도 보호해야 한다. 그 외 다른 조언을 하자면 중동을 변화시키는 역사적인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는 것이다. ‘아랍의 봄’은 진정한 사회적 현상이다. 이집트, 시리아, 예멘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를 향한 염원을 포용해야 한다.”
정리=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 인터뷰 전문은 11월 5일에 발매될 ‘뉴스위크 한국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