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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카슈끄지 “난 반체제 아니다, 더 나은 사우디 원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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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호 07면

카슈끄지의 친구들이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 밖에서 그의 사진이 실린 포스터를 들고 진상규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 사진은 5일 발매될 뉴스위크 한국판. [로이터=연합뉴스]

카슈끄지의 친구들이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 밖에서 그의 사진이 실린 포스터를 들고 진상규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 사진은 5일 발매될 뉴스위크 한국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가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피살됐다. 사건 배후로 ‘왕실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33) 사우디 왕세자가 지목되면서 사우디 왕실이 흔들리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사우디를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피살 3개월 전 ‘뉴스위크’ 독점 인터뷰 #빈 살만은 할아버지 같은 독재자 #그들에 맞섰다간 무자비한 철창행 #사우디 빈민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최근 뉴스위크가 그의 생전 육성 증언을 담았다. 이탈리아에서 국제관계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한 룰라 제브레알이 카슈끄지가 피살되기 석 달 전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는 사우디의 미래와 최근 상황에 대해 인터뷰하는 내내 카슈끄지는 침착하고 신중했다고 회고했다. 카슈끄지는 “난 나 자신을 반체제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개혁을 통해 더 나은 사우디가 건설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를 요약한 것이다.

빈 살만은 지난해 11월 부패 청산을 내세우며 차기 왕권을 놓고 경쟁할 우려가 있는 수백 명을 수일간 구금하고 재산 헌납과 충성 맹세를 받고 나서야 풀어줬다. 빈 살만이 진정한 개혁가로 인정받기 원한다면 그들의 범법 증거를 제시하고 적법한 절차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의 내면을 보면 본질적으로 ‘구식 부족장’이다. 쿠웨이트를 보라. 쿠웨이트 사회는 사우디와 흡사하다. 하지만 쿠웨이트의 사법체제는 사우디보다 훨씬 발전했고 투명하다. 그렇다면 빈 살만이 왜 그런 개혁을 생각하지 않을까? 그럴 경우 자신이 마음대로 나라를 통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선진 세계의 과실과 실리콘밸리, 영화를 즐기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할아버지처럼 독재 통치를 원한다.”
빈 살만은 심지어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계획에 반대하면 무조건 감금해 버린다고 한다. 이런 점이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그에겐 사우디 스포츠협회장인 투르키 알셰이크와 수석보좌관인 사우드 알카타니 외에는 정치 참모가 없다. 그들은 아주 무자비하다. 그들에게 맞섰다가는 철창행을 면키 어렵다.”
빈 살만의 개혁은 수익을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그는 ‘주식회사 사우디’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두바이 모델을 좋아한다. 두바이 정부는 정부인 동시에 대기업처럼 기능하다. 그들은 두바이에 사는 외국인에게 술과 영화 등 유흥을 제공하면서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그런 모델은 사우디에는 맞지 않다. 두바이는 도시국가이고 사우디는 영토가 넓은 실질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빈 살만이 ‘주식회사 사우디’를 건설하고 일부 사우디인이 거기서 돈을 쓰면 그 돈이 정부로 흘러들어가겠지만 수백만 명의 다른 사우디인은 너무 가난해 그런 신경제의 일부가 될 수 없다. 그들은 일자리도 없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에게 어떻게 조언을 하겠는가.
“‘비전 2030’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제다와 리야드 같은 대도시의 빈민 지역을 보살피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들은 일자리와 더 나은 삶을 간절히 원한다. 그들도 국민이다. 지도자는 그들의 이익도 보호해야 한다. 그 외 다른 조언을 하자면 중동을 변화시키는 역사적인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는 것이다. ‘아랍의 봄’은 진정한 사회적 현상이다. 이집트, 시리아, 예멘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를 향한 염원을 포용해야 한다.”

정리=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  인터뷰 전문은 11월 5일에 발매될 ‘뉴스위크 한국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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