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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138. '반증(反證)'과 '방증(傍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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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학교에서)문장을 쓰는 훈련을 받지 않고 졸업해서,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다시 맞춤법을 배운다. 이런 현상은 모두 학교 커리큘럼이 단순한 타성에 의해 짜여 있다는 반증이다."(노구치 유키오의 '超학습법'에서)

여기서의 '반증(反證)'은 잘못 쓰였다. 방증(傍證)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방증'은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진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주는 증거'(supporting evidence)를 의미한다.

반면에 '반증'은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disprove). 또는 그런 증거(counterevidence)'라는 뜻이다.

① "기적을 입증하는 경험적 자료보다는 그것을 반증하는 경험적 자료가 항상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② "그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그것을 반증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

①과 ②의 '반증'은 바르게 쓰였다. ①에서는 기적이 아니라는 것을, ②에서는 자신이 혐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반증'과 '방증'을 쉽게 구별하기 위해선 '반증' 대신 '부정적[반대되는] 증거'를, '방증' 대신 '간접적[뒷받침하는] 증거'를 대입해 보면 된다. 글머리의 인용 문장에 이를 적용하면 "…짜여 있다는 '반대되는 증거'이다"는 말이 안 된다.

뭔가 의심을 받을 경우 아무 말도 못하도록 반증하라. 그럴 수 없다면 방증 자료라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라.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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