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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태양광' 발표한 文에 "모바일" 건배 제의한 경제인, 왜?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전북도]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전북도]

"새만금!" "모바일!"

30일 전북 경제인 40여 명 오찬 간담회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 회장 건배 제의 #'모든 일이 바라는 대로 일어난다'는 뜻 #분위기 화기애애, 속은 "고용 더 급한데" #文 "전북 친구값 하겠다" 원론적 얘기만 #金 "제조업·태양광 묶어야 새만금 살 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낮 12시쯤 전북 지역 경제인 40여 명과 잔을 부딪치며 이렇게 외쳤다. 군산시 장미동 토속 음식점 '아리랑'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2022년까지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뒤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오찬장에는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강임준 군산시장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외친 '새만금 모바일'은 "새만금의 모든 일이 바라는 대로 일어난다"의 줄인 말로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제의한 건배사다. 김 회장이 '새만금'을 선창하고,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모바일'을 후창했다. 김 회장은 3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만금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 회장. [사진 군산상공회의소]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 회장. [사진 군산상공회의소]

이날 건배주는 '군산원협 박물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가져온 '밤호박주스'로 대신했다. 오찬 메뉴는 군산 앞바다에서 잡은 고기로 만든 '박대정식'이었다. 박대는 몸이 납작한 바닷물고기다.

경제인들은 문 대통령에게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기업 환경 개선' '군산조선소 재가동' '소상공인 보호' '홈쇼핑 입점 지원 확대' '혁신도시 활성화' 등을 건의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오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지역 경제인들 사이에 미묘한 '생각 차이'도 확인됐다. 김 회장은 "지역에서 가장 급한 건 고용인데 태양광은 고용이 크게 창출되는 분야가 아니어서 (정부 정책과 지역 여론 간) 괴리가 있다"고 했다. 이런 말이 나온 배경은 뭘까.

박대구이 모습. [중앙포토]

박대구이 모습. [중앙포토]

전북은 지난해 대선 때 전국 17개 시·도 중 최고 득표율(64.8%)로 문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준 곳이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았다. 특히 군산 지역은 패닉 상태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올해 5월 한국GM 군산공장마저 문을 닫아 1만 명이 직장을 잃었다. 원룸 공실률은 50%로 떨어졌고, 요식업의 휴·폐업 신고는 40% 늘었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지난 2011년보다 17.2%까지 하락할 것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은 분석했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인들은 내심 문 대통령 입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전북의 친구' 값을 하겠다"면서도 "나라의 어려운 일은 모두 대통령 책임 같아 마음이 무겁다" "조선소 재가동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 등 원론적 얘기만 하자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론 실망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송하진(왼쪽) 전북도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전북도]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송하진(왼쪽) 전북도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전북도]

김 회장도 새만금이 대규모 태양광 부지로 알맞다는 점은 인정했다. 새만금이 국가 소유여서 다른 지역과 달리 민원 소지가 적어서다. 다만 그는 새만금 산업단지 조성 원가(1평당 평균 65만원)와 일반 태양광 시설 부지 가격(평균 10만원)을 비교하며 "평(3.3㎡)당 65만원짜리 땅을 만들어 놓고 10만원짜리 태양광을 한다면 (앞뒤가) 안 맞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도 그대로 가고, 군산 고용도 살리려면 기업들이 '태양광 하나에 제조업 하나' 식으로 세트로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새만금에 민간 기업을 유치할 때 태양광만 고집할 게 아니라 지역에서 고용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책도 같이 세워야 한다는 취지다. 김 회장은 "지금은 (새만금 태양광을 두고) 찬반 양론이 공존하지만, 이런 대책이 나오면 상공회의소가 앞장서서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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