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편든다 오해살라···시진핑 공들인 행사 외면한 G2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대형 이벤트인 제1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가 무역 전쟁의 여파로 ‘반쪽 행사’가 될 처지에 놓였다.

개막식 참석 정상급 인사는 G20 중 러시아 유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5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과 중국의 개방 확대 방침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전날인 4일에는 시 주석이 주재하는 리셉션도 열린다.

상하이 홍차오 지역에 새로 지은 제 1회 국제수입박람회 행사장. 상하이는 2010년에 엑스포를 개최한 적이 있으나 이번 수입박람회를 위해 행사장을 따로 지었다. [상하이=신화 연합]

상하이 홍차오 지역에 새로 지은 제 1회 국제수입박람회 행사장. 상하이는 2010년에 엑스포를 개최한 적이 있으나 이번 수입박람회를 위해 행사장을 따로 지었다. [상하이=신화 연합]

이를 위해 중국은 세계 각국에 정부 대표단이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18개국 정상과 총리의 개막식 참석이 확정됐다. 총리급 이상의 대표단을 파견하는 나라는 러시아, 체코, 헝가리, 스위스, 파키스탄, 베트남, 쿠바, 파나마, 이집트 등이다. 중립국인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옛 사회주의권 국가나 제3세계 국가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글로벌 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G20(주요 20개국)의 정상급 인사는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단 한 명 뿐이다.

미국이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을 비롯, 서방 국가들이 철저히 개막식 참석을 외면한 결과다. 한국도 당초 산업자원부 장관을 보낼려던 계획을 수정해 실장급 참석으로 대체했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상하이 박람회가 서방 국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은 미ㆍ중 무역전쟁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시 주석은 올들어 자국에서 열리는 주요 국제 행사에서 우호국 고위층을 모아 놓고 대외 개방 확대와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일방주의를 공개적으로 성토해 왔다. 시 주석은 4월 보아오 포럼과 6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9월의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등에서 그랬던 이번 박람회 개막식에서도 같은 입장을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제3국의 지도자가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시 주석의 연설을 듣는 것은 본의와 상관없이 중국 편을 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기전부터 이 행사를 준비해왔다. 수출입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일반적인 ‘무역’박람회와 달리 이번 상하이 수입박람회는 중국 시장으로 들여오는 ‘수입 상품’만을 취급한다. 따라서 준비 단계에서부터 중국이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들을 주요 참가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나라로부터의 수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함으로써 중국 내수를 활성화하고 무역 수지에 관한 국제 사회의 불만을 줄여나간다는 전략에서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박람회는 국제 무역 사상 처음 하는 행사로 중국 정부가 개방을 확대하고 전 세계와 호혜 공영하려는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서방 국가들의 호응이 미흡한 것과 달리 개별 기업들은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이번 박람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자적으로 전시관을 설치한 기업의 수는 일본이 가장 많고 미국, 독일, 홍콩, 한국의 순이다. 중국 정부는 전세계 3000여 개 기업이 이번 박람회에 참석하며 15만명 이상의 바이어가 참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