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노예들이 너무 풀어졌다" 국내 인권 정책 책임자의 막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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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자료사진. [뉴스1]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자료사진. [뉴스1]

국내외 인권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법무부 인권부서의 과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도 넘는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31일 CBS노컷뉴스는 법무부 A 인권부서 정책과장이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을 '노예'라고 표현하거나 '가방끈이 짧다'며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A과장은 최근 주말 세미나를 가자고 제안했다가 부하 직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나라의 노예들이 너무 풀어졌다. 너희는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 가방끈도 짧은 것들이 공부 좀 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식이나 식사 때에 지나친 의전을 요구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지난달 회식 중에는 '내가 기분이 안 좋은데 네가 웃으니까 거슬린다', '웃지말고 조용히 있어라', '밥 먹는데 안 웃어?'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 직원들에게 과장 모시기가 소홀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사인 인권국장이나 자신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전에 직원들이 식사하러 나가려 하면 "조심하라"고 경고했다는 것 등이다.

성희롱성 발언도 했다고 언급됐다. A 과장은 "우리 과에는 잘생긴 법무관이 발령 나지 않는가. 잘 생기고 키 크고 몸 좋은 애들이 오질 않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회식자리에서는 과거 근무지에서 들은 이야기라며 '남자들끼리 친해지는 3가지 방법'이라는 부적절한 내용을 풀어내기도 했다.

A과장은 이에 대해 "제 입장에서 너무 황당해서 이게 맞다, 아니다 말할 것도 없다"며 "제 개인을 타깃팅(표적)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박이나 설명을 하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고 CBS 노컷뉴스에 해명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발언이라고 하는 것도) 여성이 회사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미투를 얘기하는 상황이었는데 앞뒤 맥락을 자르고, 이상하게 들리는 부분만 발췌했다"며 "조직 내에서 부서장이지만 (나는) 강자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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