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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교육에서 학습으로 … 전환시대의 청소년 진로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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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진미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선임연구위원

진미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선임연구위원

‘방탄소년단 미국 빌보드앨범차트 1위’ ‘5억 뷰를 넘어가는 방탄의 유튜브’. 엔터테인먼트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교육계까지 강타하는 방탄소년단의 최근 활약상 일부이다. 청년실업, 쌍둥이 딸 학생의 시험지 유출의심사건, 청소년 또래 폭력 사건, 사립유치원 비리 등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는 희망과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유엔에서 강연한 내용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의 가슴을 친다.

기고

‘꿈 많고 상상력 많았던 소년이 열 살이 되면서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았고 상상하지 않았다. 내 목소리를 듣고 내 말을 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욱여넣으면서 그렇게 자신의 꿈을 잃어갔다. 그러지 말자. 우선 내 목소리, 내 이름을 찾고,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자.’ 그는 진심으로 이야기했다.

한해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5만 명, 누적 30만 명 이상이 학교를 그만둔다. 더 많은 학생은 몸은 학교에 가 있지만 실제로는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와 꿈을 닫아버린 아이들이 너무 많음에도 우리는 그냥 두고만 보고 있다. 엄청난 양의 입시 정보.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입시 정책에 대한 관심과 혼란 가운데 많은 청소년의 잃어버린 꿈은 이렇게 조용히 묻히고 있다.

청소년의 교육,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학교가 학생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많은 학생이 소외되는 상황에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개성·유연함·창의성을 강조하는 탈산업사회의 흐름에 대하여 학교가 적응하지 못하는 지체 현상의 결과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할수록 이 지체 현상의 부작용은 더 커지게 될 것이고 희생되는 학생의 시간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제 교육은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 대량의 제도 교육이 도입된 시대와 맥락이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개개인의 개성과 특질을 존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에게 필요한 학습을 제공하는 형태로 대혁신을 해야 하고 이 혁신은 학교를 넘어서야 한다. 일류대학을 가기 위해서 청소년들이 놀이와 잠을 희생했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시대에서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은 자동 취업 보장권이 아님을 현실이 이미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재정리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이고 공통적인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또 다른 편으로는 개개인의 개성과 꿈에 맞는 학습기회를 적합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 개인이 자신이 삶을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도록 자신만의 삶을 디자인해 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연습하도록 해야 한다. 평생을 살아가야 할 진로 개척과 개발을 위한 기초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기존의 교과 중심 교육과정과 방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개개인의 특성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 학교 안팎으로 사회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아이들 특성을 존중하는 개별적인 지원은 다기다종하기 때문에 학교 밖의 자원, 가정 밖의 자원 지원이 필수적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좋아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실제로 듣고, 보고, 만나고, 경험하는 체험학습이 필수적이다.

이제 학교와 교사에게 학생의 교육을 모두 책임지게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의 귀한 미래 세대인 청소년이 행복한 오늘을 누리게 하고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일은 학교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책무다. 정부의 여러 부처와 지자체는 당장 주위를 둘러보고 청소년을 위한 학습 지도를 만들고 안내해야 한다. 바야흐로, 교육에서 학습으로, 학교 안에서 학교 안팎으로, 청소년 학습을 위한 어른의 준비가 통합적이고 융합적으로 대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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