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데뷔 음반 … 호평 받은 이민 2세 수지 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사진=김성룡 기자]

부모에게 '의사나 변호사가 되라'는 말 한번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지만 적어도 10년 전 부모들은 그랬다. 다른 나라로 보금자리를 옮겨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메이저 음반사인 소니BMG의 에픽 레코드를 통해 데뷔 음반을 낸 한국계 미국 이민 2세 가수 수지 서(25)도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다. '제 2의 노라 존스'라 불리며 촉망받는 신인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내한한 그녀를 만났다.

이민 온 부모님은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자식만큼은 전문직을 갖길 원하는 건 한국 부모 마음 그대로였다. 부모님 뜻에 따라 수지 서는 13살에 뉴잉글랜드의 명문 기숙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입학할 때 오빠가 준 중고 기타가 인생을 바꿔놨다. 작곡을 시작하면서 음악인의 꿈을 품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음악은 취미로 하라"고 했다. 부모님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18살. 그 때 쓴 곡이 'Your Battlefield'다. '당신은 인생이 전쟁터라고 말하죠…이건 당신의 전쟁터예요.'

"늘 공부, 공부, 공부…." 이민 당시(1969년)의 가치관을 그대로 유지해온 부모님은 또래의 한국 부모보다 오히려 더 '옛날식'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부모의 반대가 오늘날의 그녀를 만들었다.

"어릴 땐 청개구리 심보가 있잖아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활활 타올랐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음반사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부모님과 빚은 갈등부터 정체성 혼란, 사랑의 아픔까지 그가 살아온 인생을 음반에 담았다. '풍부하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탁월한 멜로디'(뉴욕타임스)라는 호평을 받았다.

"부모님은 영어를 잘 못하셔서 미국 신문에 아무리 좋은 평이 나도 잘 모르세요. 반면 LA 한인을 상대로 콘서트를 열었을 땐 정말 자랑스러워 하시데요."

반대로 그는 한국어에 서툴다. "부모님과 대화하는 데 늘 어려움을 겪곤 했어요. 어쩌면 제대로 소통하고픈 욕구 때문에 음악에 몰두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음악은 가장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니까요."

그에게 음악 작업은 '치유와 명상'이었다. 그 느낌은 듣는 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깊고 슬픈 그의 목소리는 기억 깊이 숨어 있던 '상처받은 어린 시절'을 끄집어낸 뒤 잘 다독인다. "슬픈 제 과거를 반영해서 슬프게 들리나 봐요. 앞으로 제가 어떤 감정을 갖느냐에 따라 다양한 음악이 나올 거예요. 늘 자신에게 정직한 음악을 할 겁니다."

수지 서는 안트리오의 내한 공연(6월 8일 세종문화회관)에 게스트로도 선다. 부모님도 그 모습을 지켜볼 예정이다.

"어릴 땐 엄마가 한국말을 배우라고 주말 한인 학교에 보내는 게 너무 싫었어요. 주말에 학교를 가다니! 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열심히 할 거예요. 제가 한국인이라는 게 이젠 정말 자랑스럽거든요."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