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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술은 제각기 그 나라의 풍토나 민속과 깊은 연관이 있다.
대체로 더운 지방은 알코올 도수가 낮고 추운 지방은 높다.
이처럼 술의 알코올 도수가 틀리고 종류가 다를지언정 어느 술이고 주성분은 주정이다.
흔히 알코올로 통용되고있는 주정의 정확한 명칭은 에틸알코올 또는 에탄올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주정의「정」자가 정신의 정자와 같다는데 있다.
그래서 영어나 불어, 독일어에서도 주정을 표현하는 말이 스피리트 (spirit) ,에스프리 (esprit), 가이스트 (geist) 등 정신이란 말과 같이 쓰인다. 술이 인류의 정신세계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쳤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문공부는 최근 서울의 문배주, 충남 면천의 두견주, 경주 교동의 법주 등 향토성 짙은 우리 고유의 민속주 10종류를 골라 제조허가를 신청하도록 했다. 실로 60여년만에 우리의 술맛을 보게 된 셈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여러가지 명주를 빚어 마셨다. 이번에 시판이 허용된 술 말고도 그 종류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우리의 명주들이 대부분 알코올 도수가 낮아 오래 두면 식초가 되거나 변질되는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 되찾은 민속주들은 전통적 제조기법을 제대로 지켜 본래의 맛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물론, 대량생산과 장기보존 문제도 한번쯤 검토해야 할 과제다.
중국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주가 많다. 「닉슨」이 마시고 감탄한 마오타이 (모태주) 가 그렇고, 우리가 흔히 마시는 고량주나 소흥주 등이 그렇다.
중국의 술이라고 해서 특별한 원료를 쓰는 것은 아니다. 쌀과 고량·밀 등 곡류에서 포도나 사과 등 과실류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비슷한 원료다. 문제는 여러가지 약료를 배합하여 만드는 누룩에 비법이 숨겨져 있다.
이 독특한 누룩이 중국 술의 신비로운 향기를 발산시킨다. 그뿐 아니라 화학조미료나 포도당 등을 일체 쓰지 않기 때문에 순도가 높아 장기보존이 가능하다.
우리도 멀지 않아 세계적 명주를 자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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