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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들 뭉쳐「홀로서기」해야죠"-40대 축구인 박병주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프로위원회의 흡수문제로 연초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던 국내축구계가 김우중(김우중)협회장의 돌연사퇴로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대의원총회는 김우중 회장을 재추대키로 결정했으나 정작 본인은 사퇴를 고수, 협회관계자들은 물론 전형위원들조차 만나주지 않고 있어 집행부구성이 늦어지고 있으며 프로위원회는 흡수결정에 대해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이 와중에 초·중·고·대학 및 실업감독이 중심이 된 일선지도자들은 더이상 축구협회가 표류할 수 없다며 협회체질 개선과 함께 홀로서기를 주장하면서 정면돌파에 나설 움직임이다.
축구인「제2세대」의 리더격이며 협회 행정분야에도 정통한 40대 기수 박병주씨(박병주·47·서울 신탁은 감독)는 그 어느때보다도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축구계로서는 올해가 그 어느해 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지난해 서울올림픽예선 탈락 등으로 국내축구가 침체되었으나 올해는 월드컵예선전을 비롯해 프로축구의 본격화 등으로 축구팬들의 관심을 다시 그라운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보아서는 전망이 어두운데.
▲국기나 다름없던 축구가 이렇게 된 것은 모든 축구인들의 책임이지요. 지금이야말로 축구인들이 한데 뭉쳐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축구계의 혁명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선배들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을 버리고 과감하게 물러설 줄을 알아야 하고 후배들은 소리(소리)를 버리고 「축구발전」의 기치 아래 뭉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운영체제를 젊은 지도자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제 40대를 중심으로 한 축구인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야 할겁니다.
-회장영입이 여의치 않은 것 같은데.
▲김회장이 다시 맡도록 젊은 지도자들이 시도해볼 생각입니다만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제 개인생각으로는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뜻있는 축구인을 회장으로 영입,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봅니다. 언제까지 재벌회장에게 기대할 수 없고 차제에 축구인들이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린다면 충분히 홀로설수 있다고 봅니다.
-알뜰한 살림이란 뭣을 뜻하는지.
▲지금까지 협회가 재정 등 모든 면에서 얼마나 방만하게 낭비적으로 운영되었는가는 갈 알려진 사실입니다. 재벌에게만 기대 내 집이라는 인식이 결여되었기 때문이지요. 명실상부한 축구인의 단체로 체질을 바꾸면 보다 적은 투자로도 가치있는 사업을 벌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업능력을 높이는 겁니다. 이것도 조직이 강해지면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프로위원회 흡수문제는 어떻게 보는지.
▲대의원총회에서 통과됨으로써 프로위원회의 흡수는 기정 사실화했습니다. 프로팀이나 위원회도 전체축구인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협회운영에 적극 참여, 축구발전에 동참해야지요. 또 협회가 앞으로는 프로와 대표팀 등 성인축구에 전념할 수밖에 없으므로 프로팀의 관계자들이 집행부에 전원 참여, 국내축구 붐 조성에 손을 맞잡아야 할 것입니다. <임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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