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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으로 카슈끄지 살해 배후설 부인한 사우디 왕세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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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경제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패널토의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경제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패널토의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이자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33)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한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악랄한 범죄이며, 모든 사우디인과 인류에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국제 행사에서 자신을 향한 세간의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공개 석상에서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그의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혹은 아델 알주바이 사우디 외무장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졌을 뿐이었다.

 이날 패널 토의의 사회를 맡은 바셈 아와달라 요르단 전 재무장관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행사 주제와는 무관한’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는 진상을 밝히는 모든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범죄를 저지른 배신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터키 당국과 (수사) 결과를 내기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정의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이가 이번 사건을 악용해 사우디와 터키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데, 살만 폐하와 나 왕세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있는 한 양국간 불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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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 실종 이튿날인 이달 3일 미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나간 뒤 몇 분만에 행방불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총영사관을 나갔다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데다, 터키 언론이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됐다’는 정황을 보도함에 따라 사우디 당국은 궁지에 몰렸다.

 사건 당일 18일만에 사우디 당국은 “사우디 정보요원이 몸싸움 중에 우발적으로 카슈끄지를 숨지게 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살해 사건이 (사우디 당국에 의해) 사전에 계획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설상가상으로 오랜 동맹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최악의 은폐 사건”이라고 규정하자 결국 무함마드 왕세자가 직접 나서서 이날 ‘암살 배후설’을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쥔 터키 정부와 사우디 왕실 사이에 ‘물밑 거래’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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